네 번째 중력파, 세 대의 검출기에서 동시 관측
▲지금까지 발견된 4개의 중력파와 1개의 후보(LVT151012)의 중력파형 비교. 가장 최근에 발견된 GW170814(맨 아래). 블랙홀 충돌 직전에 가장 큰 신호를 보낸 뒤 새롭게 만들어진 블랙홀이 진동하면 약한 신호가 잠시 나오다가 완전히 조용해진 모습을 볼 수 있다.[사진제공=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약 18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개의 블랙홀이 결합되면서 발생한 중력파가 검출됐습니다. 특히 이번 검출은 라이고(LIGO)와 비르고(Virgo) 등 세 대의 검출기에서 동시에 관측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8월14일 오후 7시30분43초(우리나라 시간)에 이뤄졌습니다.
라이고 과학협력단과 비르고 협력단은 블랙홀 충돌에 의한 중력파가 최초로 동시에 관측됐다고 28일 발표했습니다. 이번 중력파 검출은 네 번째이고 세 대의 검출기에서 동시에 관측되기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번에 관측된 중력파는 약 18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검출됐습니다. 태양 질량의 31배와 25배인 두 블랙홀이 합병하는 마지막 순간에 나왔습니다. 합병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약 53배로 태양 3배 정도 질량은 합병 과정에서 중력파로 전환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데이비드 슈메이커 MIT 박사(라이고 대변인)는 "내년에 예정돼 있는 다음 관측에서는 매주 또는 이 보다 자주 중력파 검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중력파를 이용한 우주의 신비를 벗기는 국제적 협력에 이정표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 2세대 검출기인 어드밴스드 라이고는 미국 워싱턴 주의 핸포드와 루이지애나 주의 리빙스턴에 똑같은 것이 각각 한 기씩 있습니다.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해 정밀한 레이저를 사용합니다.
어드밴스드 비르고는 비르고 협련단이 건설하고 운영하는 제 2세대 검출기입니다. 1세대 비르고는 2011년 10월 마지막 가동을 마쳤습니다. 어드밴스드 비르고는 올해 2월 완료됐고 4월에 정상 검출기 운전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중력파가 세 대의 검출기에서 동시에 관측되자 과학계는 흥분하고 있습니다. 라우라 카도나티 조지아 공대 교수는 "정밀도가 개선됨에 따라 천체물리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발견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관측해야 할 하늘의 영역이 좁아짐에 따라 중성자별의 충돌 현상에 의해 나타나는 중력파 직후의 전자기파 방출에 대한 후속 관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프레드 랍 라이고 부소장은 "관측소의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 중력파원의 위치 정밀도 외에도 충돌 직전 쌍성계의 궤도 방향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일반상대론에 대해서도 더 정밀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 중력파 연구 협력단을 이끌고 있는 이형목 서울대 교수는 "아직은 하늘의 위치에 대한 정확도가 많이 떨어져 있어 실제로 어느 은하에서 블랙홀이 충돌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며 "인도와 일본이 조만간 새로운 검출기를 가동하면 위치 정확도가 매우 높아져 은하를 특정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출기가 다양한 곳에서 운영되면서 중력파를 내뿜는 블랙홀 쌍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자세히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를 시간과 공간이란 실로 짜여 져 있는 천에 비유했습니다. 이 천에 공을 떨어트리면 움푹 들어갑니다. 이 처럼 매우 강력한 중력파 영향을 받으면 시공간이 뒤틀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동안 우주연구는 광학과 전자기파(빛)를 이용한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중력파 연구는 1960년대부터 본격화됐는데 그동안 검출되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중력파가 연이어 관측되면서 우주과학은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1609년 갈릴레이 광학망원경, 1900년대 중반 전파망원경에 이어 이제 중력파 천문학 시대로 본격 진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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