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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금감원의 '빅배스'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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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근 마주치는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어쩌다가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며 한숨만 내쉬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지난 20일 발표된 금감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는 조직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올 초 채용비리 혐의로 내홍을 치른데 이어 22일에는 또 다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올 들어서만 두 번째로 당하는 치욕이자 수모다.
1999년 세워진 금융감독원의 설립목적을 보면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ㆍ감독 업무 등의 수행을 통해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관행을 확립하고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나와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핵심 업무가 있다. 바로 '검사(檢査)'와 '감독(監督)'이다.

검사의 사전적 의미는 '사실이나 일의 상태 또는 물질의 구성 성분 따위를 조사해 옳고 그름과 낫고 못함을 판단하는 일'이다. 또 감독은 '일이나 사람 따위가 잘못되지 아니하도록 살피어 단속하는 것'을 뜻한다. 법률적으로는 어떤 사람이나 기관이 다른 사람이나 기관의 행위가 잘못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명령이나 제재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결국 금융감독원은 금융시장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잘못되지 않도록 살피는 일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든 산업 활동의 젖줄이자 핵심인 '금융'을 관리 감독하는 기구인 금감원이 개혁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제 눈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 티끌만 탓하고 있다'는 비판이 심심찮게 들린다. 앞서 신입직원 채용 시 전 과정에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하는 등 인사와 관련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립하겠다고 천명한 것도 그 진정성이 무색해졌다.

이제 취임 보름이 지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취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청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우리의 권한은 국민이 위임해 준 것으로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뜻을 헤아리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정당성이 부여된다"고 지적했다. 또 "'개미구멍으로도 둑이 무너진다'는 말처럼 구성원 개개인의 작은 일탈이 조직에는 치명적 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말처럼 현 상황은 금감원의 최대 위기다. 이 때문에 금감원 안팎으로 이번 사태로 인해 금감원의 대대적인 쇄신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최 원장은 금감원 역사의 첫 민간 출신 수장이다. '모피아'라는 말이 일상용어가 될 정도로 두터운 연결고리를 가졌던 그동안의 조직과는 다른 상황이 됐다. '송양지인(宋襄之仁)의 우(愚)'를 범해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뿐이다.

'빅배스(Big Bath)'라는 회계기법이 있다. '목욕을 철저히 해서 더러운 것을 씻어낸다'는 사전적 의미에서 유래된 것으로 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요인을 일시에 제거하는 기법을 말한다. 회계 차원이 아니라 조직 자체를 오롯이 세우기 위한 '빅배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검사'와 '감독'이라는 설립목적에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금감원이 서야 할 때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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