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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아닌 이별식"…세월호 다윤·은화양 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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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1259일 만에 치러…가족들, 눈물로 떠나보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조은화양의 유해가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입관을 마친 뒤 운구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aymsdream@asiae.co.kr)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조은화양의 유해가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입관을 마친 뒤 운구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ayms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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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다윤이 가족분들 들어와 주세요."

다윤이 가족을 찾는다는 말에 검은색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굳은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들어간 곳에는 '발인장 입구'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25일 오전 8시5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허다윤·조은화양의 발인이 진행됐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1259일 만이다.

다윤·은화양의 가족들이 발인장으로 들어간 지 5분이 지났다. 그곳에서 다윤·은화양의 영정사진과 함께 분홍 장미, 하얀 백합 등으로 장식된 관이 가족들의 손에 들려 나왔다. '아이들을 예쁘게 보내고 싶다'는 다윤·은화양 부모님의 바람이 담겨 있었다.

은화양 어머니는 운구차량 뒷문이 닫히자 옆에 있던 건물 기둥으로 자리를 옮겼다.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한참이나 기둥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다윤양 어머니는 관에 입맞춤을 하려고 허리를 숙인 뒤 한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다른 이들의 부축에 겨우 몸을 일으켰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세월호 희생자 조은화·허다윤양의 발인에서 다윤양 어머니가 관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aymsdream@asiae.co.kr)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세월호 희생자 조은화·허다윤양의 발인에서 다윤양 어머니가 관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ayms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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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윤·은화양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량은 오전 9시1분 서울대병원을 떠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이별식'을 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시청은 지난 23~24일 이틀 동안 다윤·은화양의 이별식장이 마련되기도 했던 곳이라 가족들에게 의미가 깊은 장소다.

서울광장에서 다윤양 어머니는 "국민 여러분 너무 고맙습니다"는 말로 입을 겨우 열었다. 다윤양 어머니는 "여러분들 덕분에 세월호를 인양했고 다윤이와 은화를 먼저 보낼 수 있게 됐다"며 "다신 이런 아픔이 없도록 여러분들이 함께해 주길 바란다"며 흐느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은화양 어머니는 "얼마나 살고 싶어서 울었을까. 엄마를 찾으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며 큰 소리로 울었다. 은화양 어머니는 "이건 장례식이 아닌 이별식"이라며 "아팠던 국민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다윤·은화양의 가족들은 아직도 목포신항에 남겨진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거듭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은화양 아버지는 "남은 다섯 명의 미수습자들이 다 돌아오게끔 도와달라"고 힘줘 얘기했다. 단원고 남현철·박영인군과 양승진 교사를 비롯해 일반 승객이었던 권재근·혁규 부자의 유해는 아직 찾지 못했다.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미수습자 다섯 명의 이름을 세 번씩 부르며 그들이 돌아오길 외쳤다.

서울광장에 서 있던 다윤·은화양 어머니는 아이들의 얼굴이 보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의 영정사진 뒤편에 있던 그들은 영정사진 앞쪽으로 나와 아이들의 얼굴을 보더니 바닥에 주저앉았다.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고 10여분이나 고개를 들지 않았다. 간혹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해 줄 뿐이었다.

오전 9시55분. 다윤·은화양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량은 경기도 안산에 있는 단원고로 출발했다. 다윤·은화양의 유해는 단원고에서 작별 인사를 한 뒤 경기도 화성에 있는 효원납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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