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객 분비지만 선물코너 '한산'…법인고객 주중에 몰려
"최악의 설보다 실적 개선됐지만 작년보다 덜하다"
5만원 이하 선물세트 '실종'…단체 주문은 여전히 선호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이달 28일이면 추석선물세트 배송이 마감됩니다. 지방으로 보내실꺼면 그 전에는 주문을 하셔야해요"
◆최악의 설보단 개선됐지만…작년 추석보다 시원찮다 = 올해 들어 역성장을 거듭한 백화점 업계는 추석선물세트가 일찍부터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선 지난 11일부터 21일까지 추석선물세트 본판매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6%나 증가했고, 현대백화점은 61.3%, 신세계는 41.1% 뛰었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명절인 지난 1월 설연휴 당시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소비심리가 8년만에 최악으로 곤두박질하면서 선물세트 판매도 부진했다. 하지만 이번 추석의 경우 최장 10일간의 황금연휴가 포함된 만큼 기업들이 일찍부터 선물 준비에 나서면서 백화점 업계가 명절특수를 톡톡히 보고있다.
실제 지난해 추석은 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마지막 선물'을 준비하는 발길이 잇따르면서 선물세트 매출이 급증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15.8% 증가했고,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도 각각 8.6%, 6.2% 늘었다.
여기에 올해 추석은 이달 30일부터 열흘간 연휴가 이어지면서 선물세트 판매가 초반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백화점 관계자는 "추석이 황금연휴에 어중간하게 끼었다"면서 "선물세트 배송이 일찍 마감돼 연휴 직전 판매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벌써 시들?…고가 선물세트 전면에 = 올해 추석을 앞두고 백화점들은 고가 선물세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최악의 소비절벽을 우려했던 지난 설을 앞두고 백화점 업계가 일제히 5만원 이하 작은 선물을 중앙에 진열한 것과 차이를 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4만9000원 짜리 사과배 혼합세트가 진열대 끝에 있었지만, 롯데백화점은 메일 진열대에 7만원 상당의 배·사과 혼합세트가 가장 저렴했다. 올해 설의 경우 대부분의 백화점이 할인가격을 붙여 눈길을 끌었다.하지만 올해는 할인가격이 붙은 선물세트는 찾기 어려웠다. 한 과일매장 직원은 "11만원 짜리 선물세트를 9만원까지 할인해줄 수 있다"고 귀뜸했다.
다만 5만원 이하 선물세트에 대한 수요는 여전했다. 신세계 과일매장 진모씨는 "50개 이하의 (주문)경우 9만원 혼합(배·사과)세트가 가장 잘 나가는데 100개 이상은 무조건 4만9000원 짜리를 주문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한우매장 직원도 "가격대는 10만원부터 30만~40만원까지 다양하게 나간다"면서 "10만원대가 가장 많이 판매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씀씀이도 컸다. 신혼인 김진희(33·여)씨 부부는 이날 시댁에 보낼 20만원 상당의 한우세트를 주문했다. 김씨는 "결혼 후 첫 명절이기 때문에 좋은 선물을 하고싶었다"면서 "한우는 맛과 품질이 중요한데 백화점은 선물세트는 품질을 보장받을수 있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말했다. 과일세트를 고르던 문수현(30)씨는 "직장 동료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 중"이라며 "10만원 정도의 예산에 맞는 선물을 고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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