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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오르막길/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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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갓집이 있던 곳은
 마을에서도 제일 높은 곳
 사람들이 부르는 꼬작집
 나는 그 완만한 듯 오르막길이
 못내 좋았다
 숨이 약간 차기도 하지만
 아주 힘겹지만은 않은
 경사의 숨결이 좋았다

 하지만 내가 더 좋아했던 것은
 외갓집에서 마을로 향하는
 내리막길의 가벼움이었다

 호숩게 호숩게 옮겨지던 발길
 등 뒤에서 외할머니의 손이
 밀어 주는 듯한 그 내리막길
 그것이 바로 나의 인생인 것을 나는
 그때 미처 알지 못했다.

■'꼬작'은 방언으로 '짐을 많이 지기 위해 지게의 윗부분에 덧세운 두 개의 나무 막대'를 일컫는 말이다. '꼬작집'은 그러니까 산 위에 그 나무 막대처럼 한참 기울어져 있는 그런 모양의 작은 집인 듯하다. 그리고 '호숩다'는 '아기자기하게 즐겁고 유쾌한 기분이 들다'라는 뜻을 지닌 방언이다. 생각해 보면 사람살이가 별다른 게 있겠는가. 좀 힘들게 올라갔다가 그만 내려오고 나면 그만일 뿐. 물론 어떤 이에게는 그 올라가는 길이 너무 가파를 수도 있겠고 또 그 내리막길이 길이 아니라 어쩌면 벼랑일 수도 있을 것이다. 생은 대부분 우리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우리가 생에 너그러워질 수밖에. 토닥토닥 등을 밀어 주시던 외할머니처럼 무작정 달려들기만 하는 생을 가만가만 달래는 수밖에.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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