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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의 갤러리산책] 바로크 왕실 '도자기 궁전'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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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아우구스트 1세 王이 사랑한 보물展
유럽 최초 '마이센 자기' 발명하고 기술력 뽐내
전시회 힘썼지만 아우구스트 재위기간엔 실패
박물관 학예연구사 도움으로 '미완의 꿈' 실현

일본 장식 자기 세트, 1700~1720년경, 도자기박물관 소장 ⓒStaatliche Kunstsammlungen Dresden

일본 장식 자기 세트, 1700~1720년경, 도자기박물관 소장 ⓒStaatliche Kunstsammlungen Dres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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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강건왕'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1세(1670~1733·이하 아우구스트)는 작센의 수도 드레스덴을 유럽 바로크예술의 중심으로 이끈 폴란드의 왕이자 열정적인 수집가였다. 그는 신성로마제국(당시 독일)의 영방(領邦)국인 작센의 선제후(選帝侯: 황제 선거의 자격을 가진 제후)였으며, 치열한 왕위 쟁탈전 끝에 1697년 마침내 집권하는데 성공했다.

이후에는 절대왕권을 유지하는데 온힘을 기울였다. 바로크예술은 17세기 후반 루이 14세(1638~1715)와 같은 절대군주의 등장과 함께 발달했다. 미술, 음악, 건축 등 모든 예술은 왕의 권위를 드러내는 요소로 쓰였다. 루이 14세를 동경한 아우구스트 역시 수집한 예술품을 통해 군주로서의 위엄을 과시하고자 했다.
왕의 궁전은 각종 행사와 연희가 이루어진 종합예술의 중심이었다. 독일의 바로크예술은 30년 전쟁(1618~1648)의 피해를 극복한 18세기부터 발달했는데 드레스덴의 츠빙거 궁전은 프랑스 베르사유만큼이나 그 화려함을 자랑했다.

아우구스트는 궁전으로 당시 최고의 예술가들을 불러들여 온갖 진귀한 보물들을 제작했다. 그중 당시 유럽에서 '하얀 금'으로 불리던 자기(瓷器)는 단단하면서도 매우 아름다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동아시아 자기 제작비법을 알지 못해 중국과 일본의 수입품에 의존해야 했다. 아우구스트는 1708년 연금술사인 요한 프리드리히 뵈트거(1682~1719)에게 명령해 드레스덴 근교 마이센에서 유럽 최초의 경질자기인 '마이센 자기'를 만들게 했다.

붉은 용 식기 세트, 1730~1770년경, 도자기박물관 소장 ⓒStaatliche Kunstsammlungen Dresden

붉은 용 식기 세트, 1730~1770년경, 도자기박물관 소장 ⓒStaatliche Kunstsammlungen Dres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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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서양의 자기라하면 본차이나(Bone China)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선후관계를 따진다면 마이센 자기가 먼저다. 본차이나 역시 영국에서 중국식 자기를 모방해 제작한 것인데 1748년 영국의 예술가 토머스 프라이(1710~1762)가 만들었다. 이후 차(茶) 문화 발달과 식민지배 확장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원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 연구사(36)는 "마이센 자기가 발명된 이후부터 제작 기법을 최대한 독점하려고 했지만 영국, 덴마크, 프랑스 등 전 유럽의 공방으로 퍼져나갔다. 고령토를 사용한 것은 비슷하지만, 본차이나는 이 제작기법을 바탕으로 동물 뼛가루를 더해 단단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아우구스트는 마이센 자기로 온 유럽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그의 야심은 최고의 보물과 예술품을 수집·제작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성과물을 전 세계 왕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그는 이를 어떻게 하면 궁전 안에서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금, 은, 다이아몬드 등을 모아놓은 보물의 방 '그린볼트'뿐 아니라 도자기 컬렉션과 마이센 자기를 여러 방에 전시한 '도자기 궁전'을 구상했다. 말하자면 당대 최고의 종합예술 감독이었던 것이다.

아우구스트는 진귀한 동아시아 도자기가 돋보일 수 있도록 색상에 따라 방의 이름을 정하고 서로 대칭으로 진열되도록 설계했다. 그린볼트 성공에 힘입어 도자기 궁전은 인테리어 스케치까지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입된 자기만으로는 궁전을 채울 수 없었다. 때문에 중국과 일본 수준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몰두했다. 단순한 복제본 뿐 아니라 등롱, 카리용(종을 건반으로 칠 수 있는 악기) 등을 제작하며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었다. 그러나 아우구스트의 도자기 궁전은 그의 재위기간 동안 완성되지 못했다. 중국 황제를 궁전에 직접 초청하고자 했던 꿈도 물거품이 됐다.

강건왕 아우구스트의 군복, 1700년경, 무기박물관 소장(왼쪽)/ 아우구스트의 생김새를 본 뜬 태양 가면, 1709년, 무기박물관 소장 ⓒStaatliche Kunstsammlungen Dresden

강건왕 아우구스트의 군복, 1700년경, 무기박물관 소장(왼쪽)/ 아우구스트의 생김새를 본 뜬 태양 가면, 1709년, 무기박물관 소장 ⓒStaatliche Kunstsammlungen Dres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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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문을 연 '왕(王)이 사랑한 보물-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 명품전'은 아우구스트의 꿈을 짐작하게 해주는 전시다. 당시 설계도면대로 수입된 도자기와 대응되는 실제 작품을 함께 배치해 아우구스트가 원했을 도자기 궁전을 오롯이 재현했다. 독일에서도 할 수 없었던 최초의 시도다.

이원진 연구사는 "드레스덴박물관의 경우 상설전시 위주로 구성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었다. 공간을 구현할만한 특별전시실이 많지 않다. 전시 2부의 '그린볼트-보물의 방'은 지난 2011년 카타르 도하 이슬람박물관에서 시도했으나 3부 '도자기 궁전-미완의 꿈'은 최초로 기획한 공간이다. 현지 박물관 학예연구사들의 긴밀한 협조가 있었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우구스트를 위해 제작한 유럽최초의 왕실 자기 식기세트를 공개한다. 이외에도 아우구스트 인물을 소개하며 그의 군복, 태양 마스크, 의례용 검, 사냥도구도 감상할 수 있다. 미처 전시하지 못한 작품은 대형 사진으로 대신해 몰입감을 더했다. 왕이 수집한 예술품을 통해 화려하고 장엄한 바로크 왕실예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1월 26일까지 계속된다.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을 대표하는 그린볼트박물관, 무기박물관, 도자기박물관이 엄선한 소장품 130여점을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여성 형상의 술잔, 1603~1608년경, 그린볼트박물관 소장(왼쪽) 로즈컷 다이아몬드 장식세트 중 작은 검과 칼집, 1782~1789년경, 그린볼트박물관 소장 ⓒStaatliche Kunstsammlungen Dresden

여성 형상의 술잔, 1603~1608년경, 그린볼트박물관 소장(왼쪽) 로즈컷 다이아몬드 장식세트 중 작은 검과 칼집, 1782~1789년경, 그린볼트박물관 소장 ⓒStaatliche Kunstsammlungen Dres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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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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