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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력서…여전히 별별 정보 요구하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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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 시대에도 주량, 흡연유무 적어서 내라는 곳 존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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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취업준비생 손모(26)씨는 한 중견기업에 제출할 이력서를 작성하다가 '가족사항'이란 글자를 읽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의 최종학력과 직업, 직위 등을 모두 적어야 했기 때문이다. 손씨는 "블라인드 채용 얘기가 나와서 이런 것 좀 없어질 줄 알았는데 여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하반기 공개채용이 한창인 가운데 여전히 이력서에 별별 개인정보를 기입하라는 곳이 있어 취준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이를 민간기업으로 확산시키려 하고 있지만 현실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인적사항이나 스펙을 보지 않고 지원자의 업무 능력과 직무 경험 등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물론 민간기업들도 부분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취준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입사지원서에 본적을 적을 것을 요구하는 기업은 여전히 많다. 본적은 과거 호적법상 호적이 있는 장소를 뜻한다. 실제 거주지와는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취준생 김모(27)씨는 "내가 기업에서 일하는 것과 본적이 대체 무슨 상관인지 의문이 든다. 어느 시댄데 사람들이 본적을 외우고 다니냐"며 "혈연·지연을 따지려고 물어보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얘기했다.

심지어 시력, 신장, 체중, 종교 등을 물어보는 곳도 있다. 이들은 모두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 우려가 있다며 이력서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한 항목들이다. 그러나 14년이 지난 지금도 버젓이 이력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카페에서는 "이력서에서부터 발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회사"라는 식의 반응이 나온다.
취준생 김서경(28)씨는 "시력이 좋아야 하거나 키 제한이 있는 특수직업의 경우 충분히 입력할 수 있는 항목들이지만 인사팀이나 마케팅팀 지원하는 데엔 관련 없어 보인다"며 "친구들끼리 농담으로 '이 기업이 내 비만도를 측정해주려고 하나보네'라고 웃고 넘기지만 정말 한심한 항목 같다"고 말했다.

주량, 흡연유무를 이력서에 적어 내라는 곳도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달 한 기업의 이력서를 작성한 이모(28)씨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이고 평소에 온갖 멋진 척, 깨어 있는 척을 다 하더니 실제로는 이런 시대착오적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이 컸다"고 얘기했다.

이에 대해 한 기업 관계자는 "회사 채용 방침을 따를 뿐"이라고 짧게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의 인사팀 관계자는 "이력서 양식을 업데이트 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며 "필수입력 사항이 아닌 곳은 지원자가 굳이 채워 넣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업이 절실한 취준생들의 입장에서는 이력서에 빈칸을 둔 채 제출하기 어렵다. 혹시나 모를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서다. 이씨 또한 "이력서 항목들을 보면 불만이 많지만, 취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 모든 항목을 채울 수밖에 없었다"며 "채용 과정에서 을(乙) 중의 을인 취준생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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