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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퇴근·3주휴가·4개월 유급병가…한국에 없는 덴마크 직장문화

최종수정 2017.09.14 08:30 기사입력 2017.09.14 08:30

덴마크 비정규직의 고임금을 풍자한 이미지. 덴마크에서는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고 1년에 4만5000달러를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놀라는 모습<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시퇴근에 3주 여름휴가, 최대 4개월까지의 유급병가. 행복지수 1위 덴마크 직장인들이 누리는 혜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 노동시간에 고무줄 퇴근시간, 눈치보는 여름휴가에 지친 한국 직장인들에는 눈이 번쩍 띄는 얘기다. 하지만 제도와 현실은 다르다. 덴마크 직장인들은 칼퇴근을 하지만 점심시간은 30분 정도로 짧고(우리의 절반도 안된다) 업무시간의 집중도 역시 우리와 다르고 월급받고 아픈 게 나을 때까지 쉴 수 있어도 그렇지 않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한다.

-오전 8시30분 출근 오후 4시 퇴근…육아 고려 vs 회사는 초과수당 부담 커서

14일 이정선 KOTRA 코펜하겐 무역관 차장이 전한 '행복지수 1위 덴마크 직장인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 7가지'라는 글을 보면 덴마크 법정 근로시간은 37시간으로 우리(42시간)보다 5시간 짧다. 보통 오전 8시 30분에 업무가 시작하면 4시 전후로 업무가 끝난다. 점심시간은 보통 30분에 불과해 간단한 샌드위치를 집에서 가지고 와서 책상에서 일하면서 먹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집 시간이 보통 4시나 4시 반에 끝나기 때문에 이 시간에 맞춰서 애를 픽업해야 하는 관계로 대부분 정시퇴근이 이뤄진다. 초과근무수당은 자신이 속한 조합마다 다르긴 하나, 첫 3시간은 150%를 지급하고 그 이후는 200%를 지급한다. 일요일이나 공휴일 근무 시에는 200%를 지급해야 한다. 회사 차원에서도 초과근무는 엄청난 부담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칼퇴근을 당연시 받아들이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아프면 나을 때까지 순다. 회사에 전화나 메일 한 통으로 결근을 통보한다.4일 정도 지난 후에 진단서를 청구하고(물론 진단서 비용은 회사가 부담한다), 대체인력 투입을 위해 언제 나올 계획인지 물어볼 수는 있지만, 상태가 계속 안 좋으면 나을 때까지 쉴 수 있다. 최대 120일을 쉴 수 있고, 이 기간에 월급은 그대로 지급된다. 하지만 병가로 인한 회사(고용주) 차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병가 30일이 지나면 해당직원 급여의 일정 부분을 지방정부(Kommune)에서 보전해준다. 지방정부는 아울러 해당직원의 직장복귀를 돕기 위해서 지속적인 '독려' 작업을 진행한다. 아이가 아픈 첫날은 급하게 돌보미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가 쉴 수 있다.

-휴가는 최소 3주 연달아 갈 수 있어

덴마크 직장인들은 법적으로 최소 5주 휴가를 보장받는데 보통의 회사들은 복지 차원에서 6~7주를 허용한다. 회사에 별다른 바쁜 일이 없으면, 회사와 합의 하에 3주 이상 장기 휴가가 가능하다(5월 1일~9월 30일 기간 중에만 가능). 보통은 여름 휴가로 7~8월 중 3~4주 휴가를 간다(사실상 이 기간 동안에는 개점 휴무 상태라 봐도 좋다). 직원들은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회사 차원에서도 직원들이 바쁠 때 휴가를 가는 것보다 남들 다 쉬는 여름에 장기 휴가를 가는 게 업무 부담이 적기 때문에 이를 적극 장려한다. 아울러 징검다리 휴일이나 연말에는 회사차원에서 문을 닫고 강제적으로 직원들을 쉬게 하는 경우도 많다.
덴마크의 흔한 오후 풍경. 오후 5시 이전에 퇴근한 직장인들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육아휴직 급여 100%…실연급여 2년간 최대 340만원

덴마크에서는 육아휴직으로 허용된 총 52주 중 여성은 산전 휴가 4주 + 산후 14주를 합해 총 18주를 사용할 수 있다. 남성은 이 중 2주가 배정되며, 나머지 32주는 남녀 간에 자율적으로 나눠서 사용이 가능하다(추가로 최대 14주 연장 가능). 육아휴직 기간 중에는 많은 회사에서 노사합의(collective bargain)에 따라, 기존 월급의 100% 지급이 이뤄진다.실업급여는 2년간 이전 직장에서 받았던 월급의 90%, 최대 34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물론 이 중 약 40%는 세금을 내야 한다).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일 경우 최대 278만 원(1만5090덴마크 크로네)까지 받을 수 있다. 자발적으로 퇴직했을 경우에는 5주간 실업급여 수령이 금지되나 이후부터는 수령이 가능하다.
-정규직 수준의 비정규직 처우

덴마크는 다른 서유럽에 비해 해고가 비교적 자유롭고 합당한 근거로서 '매출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이 보편화돼 있기 때문에 정규직은 사실상 기한없는 '비정규직'과 동일하다는 의식이 보편화돼 있다. 레고에서 매출 부진으로 1400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전격발표한 것도 구조조정을 통한 해고로 볼 수 있다. 비정규직도 연간 최대 120일 병가 등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부러운 제도의 바탕엔 신뢰가 있어

이정선 차장은 "부러운 사회보장제도의 기저에는 정부와 국민 간 '신뢰'가 깔려 있다"면서 "정직과 신의의 원칙에 따라 이러한 좋은 제도를 서로가 오남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한다. 병가를 연 최대 120일까지 쉴 수 있지만, 연중 실제로 병가를 내는 날은 약 7~8일에 불과하다고 한다. 애가 아파서 쉬는 날도 연평균 0.5일에 불과하다고 한다.

근무시간은 절대적으로 한국보다 짧지만, 덴마크 직장인들은 근무시간 중에는 정말 집중적으로 일을 한다. 점심시간까지 쪼개서 일해야 주어진 업무를 다 마칠 수 있기 때문에 이메일이나 전화통화가 잘 안 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본인의 스케줄에 맞춰 한참 뒤에 상대방에게 연락을 준다. 모든 일을 아주 일찍부터 미리미리 계획한다. 어느 전시회를 갈지 누구를 만날지 전년도 연말에, 혹은 적어도 몇 달 전에 미리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급작스레 미팅을 주선하려 한다면 십중팔구 거절당한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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