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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쿵/조은

최종수정 2017.09.14 08:24 기사입력 2017.09.14 08:24

 
 빌라 앞 벤치에 누워
 죽은 듯 자고 있는 남자
 뜨거운 태양이 머리부터
 먹어 대고 있는데도
 맨발을 드러내고

 옆에는 낡은 트럭이
 늙은 산양처럼 멈춰 있다
 그걸 몰고 왔을 그는 반듯이 누웠다
 고독이 그의 거친 발끝에서
 응고되고 있다

 코를 골지도
 가슴이 부풀지도 않는
 잠을 자는 그에게로
 바람이 검은 비닐봉지를 끌고 와
 만장처럼 흔든다

 그 옆에다 컴버터블을 주차한 여자
 남자를 훑어 내린 매의 눈빛으로
 경찰을 부른다
 삶도 죽음도 명확히 안다는
 말투와 눈빛으로

 
■아, 불결해. 짜증나. 도대체 경비는 어딜 갔담. 저런 사람 하나 단속하지 않고 말야. 그렇게도 주의를 주었는데 사람 말을 콧등으로 듣는 거야 뭐야. 이제 애들 올 시간 다 되어 가는데, 아유, 저 맨발 좀 봐. 더러워. 냄새나. 경찰은 왜 안 오는 거야, 신고한 지 오 분이나 지났는데. 이제 저 벤치에 어떻게 앉는담. 그런데 저거 지금 침 흘리는 거 아냐. 혹시 정말 죽은 건가. 알 게 뭐야. 아니 왜 딴 데 두고 우리 단지에 와서 저러고 있는 거야. 저 똥차는 또 뭐고. 저거 봐, 저거 봐. 파리가 내려앉는데도 내처 잠이나 자고 있고. 저렇게 게으르니까 저렇게 흉하게 사는 거지. 어이, 경찰 아저씨, 여기여기, 저것 좀 치워 봐. 얼른, 얼른 좀!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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