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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사태 한 달⑤]'돈'만 주면 가능한 '친환경'의 배신…먹거리포비아 '일파만파'

최종수정 2017.09.14 09:14 기사입력 2017.09.14 08:20

'살충제 계란'에 버젓이 식약처 '친환경 인증 마크'
'농피아' 논란으로 확산…먹거리 공포 극심
민간위탁 아닌 정부 자체 엄격한 관리감독 필요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돈만 주면 받는게 친환경 인증 마크 아닌가요?", "믿고 사먹을게 하나도 없어요." 주부 차지연(33)씨는 "친환경 물품만 파는 가게에서조차 계란이나 두부들을 믿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먹거리는 물론 각종 생활 제품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다 의심스럽고, 믿을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을 겪은 이후 먹거리 포비아(불안증)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특히 '친환경 인증 마크'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 친환경 인증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발견된 탓이다.

살충제 계란 중 일부에 유기농, 유기축산물 인증과 무항생제 인증, 동물복지 마크, HACCP 인증 등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마크가 부여됐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일부러 사먹었던 '친환경 인증 마크'의 배신감은 이루말 할 수 없이 큰 상황.
친환경(무항생제) 축산물 인증 마크(자료:농림축산식품부)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친환경 인증 마크'에 대한 비난의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돈만 있으면 받는게 친환경 인증이고, 관리도 되지 않아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가 인증을 위반하는 경우도 많다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 관리·감독에 대한 불만도 많다.
지난 5년간 친환경 인증 취소 현황을 보면 친환경 인증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진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이 밝힌 5년간 친환경 인증 취소 현황을 보면 ▲2012년 5068건 ▲2013년 5728건 ▲2014년 6741건 ▲2015년 3223건 ▲2016년 2806건이다. 인증이 취소된 사유는 항생제와 농약 등의 기준치 초과 검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농산물 잔류농약 검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4년간 농산물 잔류농약 검사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가 4600여 건이며 연도별로 보면 ▲2013년 1152건 ▲2014년 1174건 ▲2015년 1185건 ▲2016년 1107건으로 해마다 1000건이 훌쩍 넘는 농산물이 부적합 판정을 받고 있다.

친환경 인증과 관리를 정부가 아닌 민간업체가 맡으면서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인증을 맡은 민간업체에 농식품부 또는 농관원에서 퇴직한 공무원들이 취업을 하면서 '농피아'가 친환경 인증제도를 유린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1999년 처음 도입된 친환경 인증제도는 도입 당시 농관원이 업무를 전담했으나, 2002년부터 민간업체가 참여하기 시작해 올해 6월부터는 민간업체가 모든 인증 업무를 넘겨받았다. 농관원은 인증 업무가 제대로 처리됐는지 사후관리만 한다.

민간업체들은 인증을 신청한 농가에 대해 서류 및 현장심사를 통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친환경 인증서를 내준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는 정부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직불금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가격도 친환경 마크가 붙지 않은 상품보다 최대 2배 가까이 비싸게 받을 수 있다.

특히 살충제 계란에 표기된 친환경 마크 역시 모두 식약처가 위탁한 민간기관에서 부여받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해당 관리처에서 엄격한 관리가 진행되지 않았음이 증명이 됐다.
계란(사진=아시아경제 DB)

한 소비자는 "무농약·유기농 인증 등의 친환경 마크가 부여된 농산물들에 대해서 식약처의 엄격한 검사가 필요하다"며 "인증 마크 부여가 민간기관이 아닌 식약처 등 정부 자체적인 시스템에 의해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식재료업체 관계자는 "농피아 논란은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인해 불거진 것 뿐, 오랫동안 수면 밑에서 잠재되어 있었다"며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를 이윤에 휘둘릴 여지가 있는 민간업체에 맡긴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으며 앞으로는 더 철저한 친환경 인증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친환경 인증과 관련한 불법행위에 대해 경찰의 특별단속이 진행중이다. 경찰은 친환경인증 취득과정은 물론 관리 및 사용 실태, 민간 인증기관과 농자재 업계, 관련 공무원과의 유착 등 친환경인증시스템 전반에 대해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특별단속은 10월 말까지 계속된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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