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관악구, 자원봉사 메카된 배경 뭘까?

최종수정 2017.09.14 15:04 기사입력 2017.09.13 16:56

유종필 관악구청장, 자신의 블로그‘유종필의 관악이야기 10번째 글, ?자원봉사 도시로 거듭나다‘통해 자살 염두에 둔 할아버지 살린 관악구 자원봉사자들 따듯한 사연 알려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자원봉사자의 따듯한 손이 자살을 염두에 둔 할아버지를 살렸다?

관악구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종필 관악구청장
유종필 관악구청장이 자신의 블로그 ‘유종필의 관악소리’ '365자원봉사 도시’로 거듭나다는 글에서 알려진 사실이다.

유 구청장은 관악구 ‘사랑의 손’이라는 봉사회 회원들이 홀로 사는 할아버지를 살려낸 사연부터 글을 풀어갔다. 봉사회 회원들이 할아버지 집을 찾아가보니 집안이 엉망진창이었다. 가스레인지, 싱크대 등 가재도구는 너덜거렸고, 아무렇게나 어질러진 세간 사이로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아무리 독거노인의 거처라 해도 너무한 것 같았다. 봉사자 6명이 청소와 정리를 하는 데 걸린 시간은 세 시간 정도.

전혀 다른 집으로 변신 성공. 봉사를 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 청소 중에 “TV 밑에 있는 병은 손대지 마라”고 했던 할아버지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이후 동 주민센터 담당공무원이 자주 찾아뵙고 안부를 여쭙곤 했는데 세 번째 방문 때 할아버지가 털어놓았다. “사실은 말이야. 3년 전 이 곳으로 이사 올 때부터 죽음을 준비했어. 제초제를 한 병 구해다 놓은 거야. 그런데 집을 깨끗하게 정리해주니 이렇게 행복할 수 없어. 이제 살맛이 나. 봉사자들이 참 고마워”라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시각장애 1등급인데다 몸도 여기저기 아프고 할머니와 사실상 이혼인데 인정되지 않아 복지 혜택도 못 받고, 복잡한 가정사가 얽혀서 삶의 의욕을 잃은 상태. 집안정리와 긴급지원 등 챙겨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었기에 포기했던 삶의 동력을 다시 찾았다는 이야기다.

유 구청장은 “남의 발을 씻겨주면 내 손이 깨끗해지고, 남을 안아주면 내 가슴도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내 손발을 움직여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 남도 행복해지고 나 자신도 행복해지는 것이 자원봉사 원리란다.

유 구청장이 관악구를 '자원봉사 도시 메카'로 만든 사연을 적었다. 그는 “잠자는 자원봉사 유전자를 일깨워 동기 부여, 이런 인적 자원을 조직화하고 훈련시켜 수요자에게 연결하는 것은 구청의 역할”이라며 “어떻게 하면 자원봉사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한 끝에 우선 관주도를 민관협력 체제로 전환했다.

자원봉사라는 게 주민들과 함께 ‘얼싸절싸’하는 일이라서 공무원들에게만 맡기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판단했다. 민간기관 위탁도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도 높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유능한 민간인을 센터장으로 영입, 공무원들을 배치, 민관협력 체제로 개편했다.
‘365 자원봉사도시’ 선포식

이어 센터 접근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기존 낙성대동 주민센터에 자리 잡고 있던 센터를 구청 청사로 이전하기로 했다. 그곳에 자리한 영어카페를 영어마을로 이전토록 했더니 수십 명의 이용자들이 몰려와 항의했다.

그래서 유 구청장은 “여러분들은 먹고살 만큼 살고 배울 만큼 배운 분들 아닙니까? 자원봉사는 수많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이니 여러분들께서 양보해주십시오”라고 설득했다. 진심은 통한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했다. 센터를 구청 청사로 이전하니 자원봉사 활동가들이 크게 기뻐했다.

2015년 7월 1일. 취임 5돌 기념식 대신 구청 광장에서 '365자원봉사도시’ 선포식을 했다. 1년 365일 내내 사람의 체온 36.5도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봉사한다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봉사자들에게 자긍심을 부여하고 붐을 일으키니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2016년 기준 등록봉사자는 10만4218명으로 2010년 대비 두 배 이상(204%), 활동봉사자는 2만654명으로 두 배 가까이(197%) 늘었다. 활동건수는 110,210건으로 240%, 봉사시간은 369,726시간으로 258%로 증가했다.

봉사 종류도 실로 다양하다. 청소와 수납정리, 빨래, 이·미용, 발마사지, 수지침, 도배,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식요리, 행사장 꾸미기, 기타 재능기부 등등. 연간 36.5시간 이상 활동하는 우수자원봉사자는 5903명에 이르며, 이들에게 5~ 30%의 할인 혜택을 주는 ‘좋은 이웃 가게’가 394개나 된다.

식당이나 이·미용실, 정육점, 반려동물 숍 등 각종 가게, 병원 등 업종도 가지가지. 구립체육센터와 구립주차장에서도 할인 제도를 적용, 노고에 대한 인정감을 부여해준다. 또한 자원봉사평생대학을 운영, 봉사자들로 하여금 이론과 실습을 겸비토록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런 노력 결과 관악의 자원봉사는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과 사회봉사대상, 매니페스토 경진대회 최우수상, 서울시민이 투표로 뽑은 우수행정 1위 등 수많은 수상을 했다.

또 해외에도 소개될 정도. 많은 자치단체와 기관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온다.
옷 정리 자원봉사

유 구청장은 “이 모든 것은 각 동의 자원봉사캠프장과 활동가를 비롯한 한 분 한 분 봉사자들의 공로”라며 “행자부 기준으로 자원봉사의 경제적 가치는 시간 당 2만4495원. 관악구의 연간 환산액은 90억여 원. 그러나 자원봉사는 경제적 가치 이상의 가치가 있다. 나의 따뜻한 가슴과 하나밖에 없는 몸뚱이를 수고롭게 해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라고 글을 맺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오늘 본 뉴스

아시아경제 추천뉴스

리빙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