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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점포 희로애락]은행판 '노점상' 갈등?…지점 코앞 '게릴라 영업' 분통

최종수정 2017.09.13 10:50 기사입력 2017.09.13 10:50

디지털화(化) 시대 맞아 은행 지점 대폭 줄면서 '기동 영업 전쟁'…"비대면채널 시대 비애(悲哀)"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최근 한 대기업이 입주해 있는 건물에 위치한 A시중은행 지점 앞에서 때아닌 신경전이 벌어졌다. 외국계 B은행 직원 몇몇이 A은행 지점 바로 앞에서 간이 현수막을 쳐 놓고 공격적인 저금리 신용대출 영업을 펼쳤기 때문이다. A은행을 향하던 '우량 신용등급' 고객들은 B은행의 파격 금리에 혹해 코앞에서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B은행은 수십 장의 대출신청 서류가 모이자 재빨리 현수막을 철수하고 사라졌다. A시중은행 측은 "누구는 비싼 임대료를 내고 지점을 운영하는데, 바로 앞에서 상도의가 없는 짓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은행들이 디지털화(化) 시대를 맞아 저마다 지점을 대폭 축소하면서 최근 이 같은 갈등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아예 '무점포 전략'을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했고 기존 은행들도 슬림화 추세이나 아직 고객들의 이용 패턴은 디지털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지점이 줄어도 여전히 '오프라인 영업'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만큼 일부 은행이 이 같은 얌체 영업을 실시하면서 인근 지점의 눈총을 받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개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SC제일ㆍ씨티은행)의 영업지점은 2012년부터 최근 5년새 약 750개 감소했다. 특히 최근 1~2년새 이 같은 지점 축소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올해 씨티은행이 90개 지점을 없앨 방침인 만큼 전체 시중은행의 지점 축소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지점에 비해 몸집이 작은 출장소는 같은 기간 70여개 늘었다. 인근 지역의 여러 지점을 하나로 줄이는 대신, 그 지점을 모점으로 하는 출장소를 늘려 간소화한 것이다. 그때그때 운영하는 이동점포나 이벤트성 출장 영업은 별도 집계되지 않지만 최근 이 같은 형태의 영업 활용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입 대학생이 몰리는 대학가 행사나 여름 해수욕장, 명절 휴게소, 군부대 등에서 이벤트성 현장 영업을 활발히 실시하고 있다"며 "하루 이틀 짧게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건물 및 행사에서 허가를 받은 것이라면 인근 지점과 가까운 곳에서 영업한다 해도 딱히 제재할 명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고 운영하는 타행 지점 바로 앞에서 이 같은 영업행위를 하는 것은 일종의 '반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모 은행이 상품 프로모션을 위해 지점 문 바로 앞에 입간판과 책상을 설치하고 영업을 해 (본사로) 항의가 접수된 사례가 있다"며 "전단지를 나눠주는 정도는 몰라도 남의 지점 앞에서 영업하는 건 상도의가 아니다"고 일침을 놨다.

대형은행에 비해 네트워크 규모에서 열위에 있는 외국계 은행들은 기존에도 이 같은 영업을 실시해 왔다. 그런데 최근 점포를 대규모로 줄이면서 자체 여유 인력을 활용하거나 외주 대출상담 전문업체와의 위탁계약을 통해 더욱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치는 모양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얌체 영업은 오프라인 네트워크가 막강한 시중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 사이에 낀 외국계 은행의 '생존전략'으로 보이지만 비대면채널 시대의 비애(悲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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