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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등골브레이커' 아이돌 마케팅…자식 '덕질'에 허리휘는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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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아이돌 마케팅 과소비 조장한다는 지적 받아
굿즈 얻기 위해 화장품ㆍ맥주 등 구매…'주객전도' 현상
될 때까지 사야 하나…'브마'에서 '응모권'으로 지불액↑

중학생 아이를 둔 한 학부모가 아이돌그룹 워너원 팬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해 현재까지 응모한 내역. 이 학부모는 "아이가 좋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푸념하며 "응모기간이 끝날때까지 참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조호윤 기자)

중학생 아이를 둔 한 학부모가 아이돌그룹 워너원 팬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해 현재까지 응모한 내역. 이 학부모는 "아이가 좋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푸념하며 "응모기간이 끝날때까지 참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조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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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아이고, 정말 아이를 상대로 장사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 하지 않나요?."

중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 양수연(가명)씨는 전에 없던 골칫거리가 생겼다고 푸념했다. 그는 다음 달 1일 열리는 인기 아이돌그룹 워너원 팬사인회 참석권을 얻기 위해 요즘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로드숍 이니스프리 화장품을 사느라 정신이 없다. 양씨는 "아이가 인기 아이돌 그룹 워너원 팬인데, 다음 달 팬사인회에 응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려면 이니스프리를 일정 금액 이상 사야한다"며 "아이돌을 상대로 한 과도한 마케팅으로 기업들이 과소비를 조장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아이돌 마케팅이 '신(新) 등골브레이커'로 떠오르면서 유통업계의 과도한 마케팅에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가 아이돌 마케팅, 일명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관련 정보를 모으는 행위)로 특수를 누리고 있는 반면 학부모들은 자식의 팬심 때문에 아이돌 아이템을 반강제로 사게 되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 특히 일부 기업들의 경우 아이돌이 모델로 있는 제품이 아닌 응모권 기회 등을 마케팅에 도입해 지나치게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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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니스프리는 오는 20일까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달 1일 진행하는 워너원 팬사인회 참석을 위한 응모를 받고 있다. 응모 방법은 구매 금액 3000원당 응모기회 1회를 부여한다. 이벤트 참여자들은 본인이 응모한 횟수만 알 수 있을 뿐, 경쟁률이 얼마나 되는 지 가늠할 수 없다. 최종 당첨자 수는 총 50명으로, 응모횟수에는 제한이 없다.

예를 들어 현재까지 양씨가 응모한 횟수는 총 18회. '이니스프리 구매금액 3000원당 응모기회 1회 부여'라는 규정에 따라 계산해보면, 현재까지 소비한 금액은 5만4000원이다. 딸 아이를 위해 대신 응모한 양씨는 "응모한 본인만 팬사인회에 참석할 수 있고, 티켓 양도는 불가능하다고 해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판"이라며 "쓰지도 않는 화장품을 또 사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니스프리 측은 "공정하게 많은 고객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당첨자 본인만 참석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교복 브랜드 아이비클럽도 지난달 브이넥 울혼방 풀오버, 에코백 등 총 4종의 이벤트 상품을 구매하면 '워너원 일일카페 응모권 1장'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일일카페는 워너원 멤버들이 직접 바리스타로 나서 음료 주문을 받고, 질의응답 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교복브랜드 아이비클럽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캡처.

교복브랜드 아이비클럽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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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들이 아이돌 마케팅을 지속하는 이유는 관련 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이니스프리가 진행한 1만원 결제당 워너원 브로마이드 1장을 주는 판매 이벤트는 일부 점포에서 매진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도 엑스트라 콜드 구매시 워너원 멤버별 엽서, 브로마이드 등을 제공하자 완판행진이 이어졌다. 토니모리도 제품 1만원어치 구매시 아이돌그룹 MXM 브로마이드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자, 일부 매장 앞에는 오픈 전부터 장사진이 형성됐다. 업체들은 브로마이드 판매수량에 대해 함구했지만, '결제 금액당'이라는 조건을 단 만큼 관련 수입이 상당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아이돌 마케팅은 '결제 금액당 브로마이드 제공'에서 '응모권'으로 이어졌고, 소비자들이 지불해야하는 규모도 대폭 확대됐다. 팬심을 겨냥한 아이돌 마케팅이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일부 굿즈(아이돌 상품)는 중고 온라인몰에서 사고, 팔리는 인기 매물이다. 아이비클럽 일일카페 응모권, 이니스프리 등 브로마이드의 거래가격은 1만원대다.

행사 관련 잡음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이비클럽은 이벤트 응모방식을 하루 전 변경해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업체측에서는 암거래, 사재기 등을 막기 위해 당첨 기회를 '본인', '회원 대상'으로 규정한다는 입장이다.

초등학생 여아를 둔 한 학부모는 "이니스프리 통합회원만 팬사인회 응모가 가능하다고 해 일단 내 명의로 응모해줬는데, 티켓 양도는 불가하다고 했다"며 "돈 문제가 아닌데 매장 측에서는 환불을 해주겠다고 하고,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면 참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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