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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사태 한 달①]'블랙리스트 농가' 초토화 "악몽같은 시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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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합 판정 농가 계란, 생산되자마자 폐기 처분…비용↑
대한양계협회 "상황 장기화되면 폐업 농가 늘어날 수 있어"
검사 받지 않은 농가도 일손 놓고 정부 검사만 학수고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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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정부 검사가 하루빨리 이뤄져 누명을 벗어야(적합 판정을 받아야) 농가들이 살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료는 사료대로 들어가고, 생산되는 계란은 족족 폐기 처분되고, 농가 이미지 타격도 계속되고 있는데…"

살충제 계란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 13일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부적합 판정 받은 농가도, 아직 검사 받지 않은 농가도 모두 진퇴양난"이라면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건 전적으로 우리(농가 및 대한양계협회 등)가 잘못한 부분이지만, 상황이 장기화 되면 폐업 농가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올 연말까지 계란 살충제 검출 원인 규명 등 관련 조사를 지속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다수의 계란 농가 및 협회 등 관계자들은 정부 조사만 학수고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연말까지 비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전체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불시 점검도 강화한다. 불시 점검에는 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도 포함이다.

계란 농가들은 정부의 검사만을 기다리고 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는 정부의 추가적인 검사 전까지 생산되는 계란은 모두 폐기 처분하고 있다. 적합 판정을 받기 전까지 일손을 놓은 셈이나 마찬가지다. 검사를 받지 않은 농가도 두려움에 유통을 중단하고 정부 조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 것.

협회측은 "농가들은 하루빨리 검사를 진행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제품이라는 걸 증명해달라는 입장"이라며 "현재 정부 검사는 농장뿐만 아니라 지역적으로 시중 유통 계란에 대해서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계란 판매는 물론 도계 처리도 원활하지 않다. 협회 측은 "검사 중인 상황에서 닭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될까봐 염려하고 있다"며 "한 마리에서라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 전체를 폐기할 수도 있으니까 검사 받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양계협회는 이달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계란 10만개 나눠주기' 행사를 가졌다.(사진=조호윤기자)

대한양계협회는 이달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계란 10만개 나눠주기' 행사를 가졌다.(사진=조호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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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농가에서는 정부에 대해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조사 결과를 혼동해 부적합 판정 농가로 이름을 공개해버려 소비자들이 부적합 농장으로 오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측은 "일부 회원들 중에서는 정부와 협회에 화가 나 있는 상황"이라며 "검출 농가 52여 곳 중에서 4~5 가량이 이름이 공개돼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계란 껍질에 산란일자 등을 담는 '계란 실명제'를 추진한다. 식약처는 최근 계란 껍질에 산란일, 고유번호 등을 미표기하거나, 위·변조할 경우 행정처분을 강화한다는 골자의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계란 실명제 관련 진통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협회측은 "계란에 생산일자를 찍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한 달 정도 보관이 가능한 계란도 있는데 날짜가 가까운 것부터 가져가다보면 재고로 쌓인 계란이 리콜되는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에게 안전, 신선하게 유통되는 게 가장 큰 목적인데, 생산일을 찍는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며 "계란이 공산품이 아닌데다, 관련 인프라도 구축이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밀어 붙이면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부터 추진되는 계란집하장(GP) 건립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협회 측은 "GP센터를 구축하게 되면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 등 질병, 오염원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고, 살충제 성분 등을 가려내는 안전성 검사도 가능하다"며 "더불어 농가-상인간 가격 할인 등으로 인해 어지러웠던 가격체계도 공시가격이 형성되면서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의 소비 심리에 대해서는 "사태 직후에 비해 많이 회복된 편"이라면서 "이달 초 광화문 광장에서 계란소비촉진 행사를 진행한 결과, 없어서 못 나눠 줄 정도로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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