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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 교육 분야 정규직 전환, 승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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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지시로 시작된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논란이 상처만 남긴 채 끝났다.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던 소식으로 출발한 정규직화 정책은 많은 비정규직에게 희망이 됐다. 4만6000여명에 달하는 기간제교사들에겐 특히 그랬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위해 희생했던 한 기간제 교사도 정권 교체 이후 즉각 순직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11일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한 교육 분야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서 기간제교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 등 7개 강사 직종의 대부분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제 희망은 사라지고, 갈등의 불씨만 남은 꼴이 됐다. 범정부 차원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지난 7월20일부터 교육 분야 정규직가이드 라인이 발표된 11일까지 교육현장은 둘로 나뉘어 극한의 대립을 이어갔다. 11월 임용시험을 앞둔 예비교사들이 거리로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교대생들은 물론 전국 각 대학에 흩어져있던 사범대생들까지 유례없이 모여들어 '기간제교사 정규직 전환 반대'를 외쳤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집회 무대에 오른 한 예비교사는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에 빗대 "기간제 교사는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계란이며 우리는 최상급 친환경 계란"이라고 표현했다. 기간제교사 역시 사범대, 교대 출신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감정이 앞선 듯 한 발언이었다.

학교 현장에서도 갈등은 이어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지난달 17일부터 유·초·중등 교사뿐만 아니라 사범대와 교대 재학생 및 학부모들까지 대상으로 기간제교사·강사 정규직화 반대 청원 서명운동을 펼쳤다. 지나친 서명운동으로 현장의 동료 교사들이 감정이 상하는 일도 발생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중학교 교사 박모(29)씨는 "교무실 바로 옆 자리에 뻔히 기간제 선생님이 있는데도 서로 서명을 권유해 당혹스러웠다"며 "이렇게까지 하며 서로 감정을 상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이를 '교권 침해이자 반인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편측공간실인(片側空間失認, hemiagnosia)은 몸 한 쪽의 통증을 다른 쪽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 의학용어다. 이번 정규직화 정책은 '비정규직'이라는 통증에 매몰돼 다양한 원칙과 관계자들의 입장이라는 통증을 무시한 채 진행됐다. 그 결과 시험을 앞둔 예비교사들은 '생존경쟁'으로 내밀렸으며, 기간제교사들은 '희망고문'을 당했다. 교육부 역시 안일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모두를 만신창이로 만든 갈등 속에 승자는 없었다. 어떤 정책도 모두를 만족 시킬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모든 '통증'을 정확히 인지하고 감안해 최상이 아닌 최적의 정책을 펴는 일이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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