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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戰에서 미군에 패배 안긴 태풍, '코브라'를 아시나요?

최종수정 2017.09.11 16:04 기사입력 2017.09.11 15:20

1944년 12월18일 미군 레이더에 포착된 태풍 '코브라'의 모습(사진=위키피디아)

흔히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벌어졌던 태평양전쟁은 1942년 8월 과달카날 전투를 분기점으로 나뉜다. 과달카날 전투 이후로 미군이 일본군에게 특별히 패배한 적 없이 계속 일본을 몰아붙여 1945년 8월, 본토 포위 및 핵공격까지 일사천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 말기인 1944년 12월, 미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전투 아닌 전투가 있었다. 미군은 함재기 150대와 구축함 3척, 790명의 병력손실이라는 큰 피해를 입었는데, 이것은 당시 일본의 가미카제 특공대가 자살폭탄을 싣고 들이박아 일으킨 피해의 몇십배에 달했다. 일본 해군과 공군이 진주만 공습 이후 끼치지 못했던 이 막심한 손해를 끼친 주인공은 다름 아닌 태풍이었다.

태풍 코브라 여파에 기울어진 전함(사진=위키피디아)

이 태풍의 이름은 '코브라(Typhoon Cobra)'. 당시 필리핀으로 이동중이던 미 38 기동함대를 덮쳐 대량의 피해를 입힌 자연재앙이었다. 얼마나 안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코브라라는 이름과 함께 '1944년 태풍(Typhoon of 1944)', 혹은 당시 함대의 제독인 윌리엄 홀시(William Halsey) 제독의 이름을 따서 '홀시 태풍(Halsey's Typhoon)'이라 불리기도 한다.

사실 이 태풍은 지금같으면 충분히 미 해군이 피할 수 있는 태풍이었지만 당시 태풍예보의 미숙함으로 걸려든, 일종의 '인재(人災)' 였다. 당시 38 기동함대의 기상참모였던 코스코 중령은 파도와 바람이 함대의 북동 방향에서 오는 것을 보고 태풍의 중심이 함대 북동쪽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재앙은 시작됐다.

태풍 코브라와 정면으로 만나 기울어진 당시 미 38 기동함대 항모 모습(사진=위키피디아)

기상참모의 조언에 따라 홀시 제독은 함대의 진로를 남서쪽으로 바꾸고 전속력으로 항진했다. 그러나 코스코 중령의 예측과 달리 실제 태풍 코브라는 남서쪽에서 접근하고 있었고, 38 기동함대는 사자 아가리로 머리를 들이미는 모양이 되고 말았다. 결국 1944년 12월18일, 태풍을 정면으로 만나게 된 함대는 박살이 났다. 790명이 숨지고 함재기 150대가 가라앉았으며 구축함도 3척이 파손됐고 각종 항모와 경항모, 호위항모와 구축함들이 파손 피해를 입었다. 이는 1943년 이후 일본 해군이 미군에게 입힌 그 어떤 피해보다도 컸다.
결국 이 일로 홀시 제독은 군법회의에 소환됐지만 처벌은 없었다고 한다. 당시 기상예보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홀시 제독은 이듬해인 1945년 6월, 또다시 태풍을 만나는 불운을 겪는다. '태풍 코니(Typhoon Connie)'와 마주친 미 3함대가 또 피해를 보았고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항공기 75대가 파괴되는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됐다. 이로인해 홀시 제독은 태풍 때문에 군법회의에 두 번 불려간 제독으로 남게 됐다.

1944년 12월, 태풍 '코브라'와 마주쳤던 윌리엄 홀시 제독은 이듬해 6월에는 태풍 '코니'와 마주쳐 함대가 심각한 손상을 입는 바람에 2차례 군법회의에 소환됐었다.(사진=위키피디아)

전후인 1945년 10월에 또다시 태풍피해를 입은 미 해군은 다수의 선박이 손상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태풍 예보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보게 된다. 이후 미 해군은 괌(Guam)에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를 설립했고, 이것은 태풍에 대한 관측능력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됐다. 1959년 설립된 합동태풍경보센터는 오늘날에도 태평양과 인도양 일대의 열대성 저기압 활동을 감시, 분석하며 지난 1999년까지는 아시아 지역 태풍 이름도 이곳에서 명명했다. 2000년 이후에는 아시아 태풍위원회가 들어서 태풍 명명 방식을 태평양 인근 국가의 고유 이름으로 변경, 돌아가면서 이름을 붙이게 됐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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