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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의 유산]②칠레에서도 '9·11'이 있었다

최종수정 2017.09.11 10:30 기사입력 2017.09.11 10:30

사상 최악의 독재자 만든 칠레의 9·11

살바도르 아옌데(왼쪽)와 피노체트

9·11은 16년 전인 2001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가 발생한 날이다. 하지만 칠레 사람들에게 9·11은 다른 의미가 있다. 1973년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킨 날이며 선거에 의해 대통령이 됐던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궁을 지키다 끝내 숨진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이후 피노체트가 독재를 이어가는 동안 정치적인 이유로 목숨을 잃은 이들은 공식 기록만 3000명이 넘는다.

"이번이 제가 여러분에게 말하는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중략) 그들은 힘으로 우리를, 우리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력이나 범죄행위로는 사회변혁을 멈추게 할 수 없습니다. 역사는 우리의 것이며, 인민이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44년 전 아옌데가 죽기 전 라디오를 통해 전한 대국민 연설이다. 이 연설 후 아옌데는 보좌관과 비서 등 주변 사람들에게 대통령 집무실인 모네다궁을 떠나라고 명령하고 자신은 국민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결국 아옌데는 그곳에서 최후를 맞았다.

아옌데는 1970년 인민연합 후보로 나서 대통령에 당선된 뒤 대토지 국유화, 구리 광산 국유화, 대기업 국유화, 빈민아동 우유 무료급식 등의 정책을 펴나가며 지지를 얻지만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사회주의 정권을 좌시할 수 없었던 미국의 지원을 받은 군부 등으로 혼란을 겪었다.

공개된 CIA의 문서에 따르면 아옌데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칠레의 경제 위기를 만들라고 CIA에 지시했고 쿠데타를 기획했으며 피노체트가 권력을 잡자 그를 지지했다. 조지 워싱턴대 부설 국가안보문서연구소는 지난 2013년 국가 문서를 인용해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닉슨을 설득해 아옌데 정권 전복에 나섰다고 밝혔다. 전화 녹음까지 포함된 이 기록에서 키신저는 "미국이 쿠데타를 도왔다. 최선의 조건을 만들었다"고 했으며 3년 뒤 피노체트에게는 "우리는 당신을 지원한다. 당신은 아옌데 정권을 붕괴시켜 서방 진영에 큰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지원한 피노체트 정권은 칠레에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다. 아옌데의 사망과 함께 칠레 민주주의도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공식 기록만 봐도 3197명이 숙청됐다. 실제로는 수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여전히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는 1000여명 이상이고 10만 명이 고문으로 불구가 되고 100만 명이 국외로 추방됐다.

피노체트는 장기집권을 노린 신헌법을 만들고 민주화 요구를 묵살한 채 독재를 이어갔다. 17년 동안 권좌에 앉아 학살을 일삼던 피노체트는 집권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1988년 국민투표에서 패한 뒤 결국 시민들의 대통령선거 요구에 굴복했다. 이후 1990년 선거에서 지면서 물러났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인권유린 등의 혐의로 300여건 기소를 당하고도 건강을 이유로 재판을 거부했고 2006년 법의 심판을 받지 않은 채 사망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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