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측 요청으로 올해 말까지 운영 연장
삼익면세점, 임대료 인하 소송 제기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지난 10일 오전 서울 인사동의 SM면세점.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총 4개층 규모의 이 면세점에는 한 층에 두어명 남짓한 고객만 보였다. 물건에 잠시라도 시선이 머물면 직원이 반기며 곧바로 말을 걸 정도로 한산한 분위기. 여행사가 운영한다는 특성상 단체고객이 몰릴 때는 분주하다지만, 최근에는 부쩍 사람이 적어졌다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같은날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동화면세점. 일부 동남아,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삼삼오오 휴게공간에 모여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이다. 다른 매장은 일부 인기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직원만 우두커니 서 있다.
예전 대비 매출이 90% 가까이 급감하면서 아예 문을 닫아버리기로 결정한 면세점까지 나왔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달 31일 제주국제공항 내에 위치한 면세점의 임대차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앞서 한국공항공사 측에 통보한 바 있다. 현재는 한국공항공사 측 요청으로 연말까지 기한을 연장해 운영하기로 했지만, 고정비로 지급하던 임대료를 품목별 매출 대비 요율로 조정하는 등 부담을 큰 폭 줄였다.
이 같은 선례에 롯데면세점도 현재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운영을 두고 고심중이다. 3기 사업자로 지난 2015년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해 이달로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지난 2년간 5000억원대였던 임대료가 최근 7700억원 수준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금액은 내년에 1조1600억원, 그 후에는 1조1800억원으로 급증한다. 현재와 같이 이익이 급감하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회사 운영 자체가 어려워 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를 비롯한 3기 사업자들은 현재 인천공항공사 측에 임대료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이미 롯데가 지난 2분기 298억원, 신세계가 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업계 1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의 경우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이후 14년만의 적자전환일 뿐 아니라, 창립 이후 사상 두 번째 적자다. 피아노 제조사로 유명한 삼익악기가 운영하는 삼익면세점은 지난달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 소송을 제기했다. 이 면세점은 지난해 32억원, 올 상반기에만 54억원의 적자를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20~30%의 성장률을 보였던 면세업계가 한 순간에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도미노 이탈 및 특허반납으로 번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큰 틀에서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수년간 특허를 발급한 정부와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던 업계가 무리수를 둔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2015년 이후 매년 공항, 시내면세점 특허가 발급될 때마다 이런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면서 "사드 배치가 아니었더라도 일부 면세점의 경우 운영난을 겪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