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내가 만들겠다"…부수 경쟁 때문에 전쟁 부추긴 신문들
"북한의 정권 수립일인 9·9절에 미국의 공습이 있을 것이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뒤 인터넷 등에서 퍼진 이른바 '9·9 전쟁설'이다. 9일을 전후로 북한이 정상 각도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등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이 전쟁설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소문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진원지는 일본이었다. 일본 출판사 고단샤(講談社)가 발행하는 주간지 슈칸겐다이(週刊現代)에 지난달 실린 기사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7월 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화 통화를 했는데 9·9절 공습 얘기를 나눴다는 게 기사의 요지다. 당시 양국 정부는 두 사람이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를 용인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내용만 공개했었다. 그런데 슈칸겐다이는 대화록을 입수했다면서 이 내용을 구체적으로 썼다.
슈칸겐다이는 연간 발행 부수가 50만부에 달하지만 자극적인 기사나 선정적인 화보를 내세우고 있는 이른바 '황색 저널리즘' 매체다. 이 때문에 북한 공습 날짜가 구체적으로 언급됐지만 대부분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전문가들도 '사실무근'일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이 '9·9 전쟁설'이 다시 퍼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단순히 더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이런 '황색 저널리즘'의 행태가 실제 평화를 위협하고 전쟁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는 점이다. 1898년 벌어진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이 대표적이다.
당시 뉴욕저널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삽화 기자 프레데릭 레밍턴을 1896년 쿠바에 파견했는데 별 사건이 없어 귀국하겠다고 하자 이런 내용의 전보를 보냈다고 한다. "그림만 그려 보내면 전쟁은 내가 만들겠다." 부수를 늘리기 위해 전쟁을 부추겼던 셈이다. 결국 전쟁은 벌어졌고 미국은 스페인 식민지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쟁과 황색 저널리즘]①9·9 전쟁설 퍼뜨린 日 언론의 속내는?
[전쟁과 황색 저널리즘]②황색 저널리즘 원조는 퓰리처?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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