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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공해 개발'에 계속 매달려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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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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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생리대 파동으로 난리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그 여성들이 10대 중반부터 40여년간 사용해야 하는 생리대이고 보니 당연하다. 어디 그뿐이랴. 세계최하위의 저출산 국가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지금, 출산과 직결되는 생리와 관련된 일이니 아무리 난리를 쳐도 무리가 아닌 듯싶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은 화장품이나 세제 등 남성보다 화학물질에 노출이 많고, 유해화학물질이 체내에 축적되는 대사경로와 기전도 달라 남성에 비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이번에 조사 대상이 된 일회용 생리대 10개 제품 모두에서, 벤젠과 스타이렌 같은 발암물질과 생식독성ㆍ피부 자극성 물질로 알려진 22종의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했다. 여성건강이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태아나 영유아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끔찍한 이야기다.

일회용 생리대를 최초로 세계 시장에 유통 시킨 건 미국의 제지회사 킴벌리 클라크다. 제1차 세계대전 중,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개발한 '코텍스'였다. 킴벌리는 야전병원 간호사들이 일회용붕대 대용품인 셀루코튼을 둘둘 말아 생리대로 이용하는 것에 착안하여 코텍스를 만들었다. 한국 최초의 일회용 생리대는 1960년대 중반의 '크린패드'였다. 3년쯤 후 '아네모네 내프킨'도 나왔다. 이어 '1971년 한미 합작품 '코텍스'가 대중화에 성공하고, 1975년 이후 지금과 같은 접착식이 등장했다.
일부에서는 아마도 유해 화학물질이 함유됐을 일회용 생리대를, 여성 해방사에 지대한 공헌을 한 물건 중 하나라고 말한다. 편의성 측면에서라면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평생 약 1만여 개의 생리대를 사용하고,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20억개 가까운 일회용 생리대가 버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각한 문제는 이 일회용 생리대가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려면 100년 이상 걸린다는 대목이다. 결코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정말로 대안이 절실하다.

하기야 일회용 생리대가 아니어도 먹고, 입고, 일상적으로 쓰는 것들이 사람의 목숨을 조이고 있다. 이 심각한 문제의 원인제공자는 바로 '인간'이다. 좀 더 안락하고 편해보려고 인간이 '공해를 개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각종 일회용품들, 즉석 먹거리의 용기(容器)등도 환경호르몬이라는 괴물을 동반했고, 살인 가습기, 살충제 달걀 같은 것들도 나왔다. 생리대 파동이 불거지자, 일회용 생리대에 밀려 외면당하던 면 생리대가 무려 3배나 많이 팔려나갔고, 해외 수입생리대의 직구가 늘었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의 여성들 역시 안전한 생리대를 위하여 투쟁하고 있는 실정이고 보니, 선진국에서조차 대안이 없어 보인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개짐(서답이라고도 함)을 사용하였다. 면이나 삼베를 기저귀처럼 두 세자 씩 끊어, 대각선이나 바르게 접어 끈으로 연결한 것이었다. 개짐이야 말로 정부의 인증도 필요 없고, 환경오염 제로인 무공해 생리대였다. 빨아 삶고 말려 영구적으로 사용했다. 가사노동에 농사에 길쌈에 바느질까지 다 손으로, 그것도 시집살이에, 아이들까지 많이 낳아 기르면서 그랬다. 그렇다고 지금 개짐이 완벽한 답이라고 주장할 수도 없다. 여전히 인간은 '과도한 편의'를 추구하고 있다. 계속 도끼로 제 발등을 찧고 있는 꼴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공해 개발에 계속 매달려야 하는가. 안타깝다.
송명견 동덕여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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