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전 0대0 비겨 조 2위
내년 본선행 가까스로 확정
1986년 이후 아홉 번 연속 진출
申감독 소극적…수비도 불안
이청용 등 유럽리거 재평가 필요
김민재 등 새 얼굴 발굴도 숙제
축구대표팀이 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신태용 감독을을 헹가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한국 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위업을 이뤘다. 그러나 상처뿐인 영광이다.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우즈베크와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4승3무3패(승점15)로 이란(6승4무, 승점22)에 이어 2위로 본선에 직행했다. 이로써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9회 연속, 1954년 스위스 대회까지 포함하면 통산 열 번째 월드컵에 나가게 됐다. 9회 연속 진출은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 209개국 중 브라질(21회), 독일(16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1회), 스페인(10회)에 이어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47)은 "본선에 진출했다는 데 의미를 두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더 많이 사고 있다. 이번 대표팀은 1994년 미국월드컵 예선에서 이라크가 일본과 비겨준 덕에 겨우 본선에 진출, 감격과 굴욕이 교차한 '도하의 기적' 이후 가장 어렵게 최종예선을 통과했다. 이 경기력에 발전이 없다면 월드컵 본선에서 조별리그만 마치고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본선에는 더 강한 팀들이 출전하기 때문이다. 우리 대표팀은 감독부터 선수에 이르기까지 물음표 투성이다.
신 감독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63)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비상 카드였지만 팀을 바꿔놓지 못했다. 두 경기 모두 0-0으로 비겼고 운영은 소극적이었다. 두 경기 유효슈팅(상대 골문으로 향하는 슈팅)이 세 개에 불과했다. 선수 교체 타이밍은 늦거나 무의미했다. 수비도 불안해서 두 경기 무실점은 행운의 결과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축구가 러시아에 가면 확 달라진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신감독을 계속 기용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우리 대표팀은 2006년 조 본프레레(71) 감독 체제로 예선을 통과한 뒤 딕 아드보카트(69) 감독으로 사령탑을 바꿔 독일월드컵에 나갔고 2014년에는 최강희(58) 감독에게 예선을, 홍명보(48) 감독에게 본선을 맡긴 사례가 있다.
그래도 희망은 남아 있다. 대표팀은 최종예선 마지막 두 경기에서 뛰어난 중앙 수비수 김민재(21ㆍ전북)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제 막 성인 무대에 뛰어든 백승호(20ㆍCF 페랄라다), 이승우(19ㆍ베로나) 등의 성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K리그에서 '숨은 보석'을 찾으려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47)은 "월드컵 본선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지금보다 공을 잘 간수하고 다룰 줄 아는 선수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맛본 성공을 재현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때만큼 희생하고 투자할 준비와 각오가 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더 대담해져야 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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