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북한의 6차 핵실험과 국제 사회의 제재 논의로 주가 하락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지만 전쟁이란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벌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본질적으로 기존 북한 리스크 확대 상황과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호조에 주목해야 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되고 있어서다. 지난 1일 발표된 8월 미국 제조업 지수는 58.8pt로 예상치 56.5pt, 지난달 56.3pt를 넘어섰다. 중국의 8월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1.7pt로 지난달 수치와 예상치를 모두 넘었다. 전쟁 전개 가능성을 제외하면 국내 거시 경제 기초 체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현상이다.
우호적인 세계 거시 경제 환경 덕분에 국내 시장 전체의 하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5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성장 동력(모멘텀)은 둔화해도 시장의 상승 추세가 바뀌진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3분기엔 전체 시장 실적 증가 중 IT의 기여도가 88% 수준(2분기 133%)으로, 4분기에는 49%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 전체 이익이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IT에 몰려 있던 실적에 대한 관심이 다른 산업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
과거 북한의 도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됐을 때, 대부분의 경우 10거래일 안에 사건 발생 전으로 지표가 회복됐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잠잠해지면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기초 체력에 더 집중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주식시장의 기초 체력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실제 경제지표와 시장의 기대치의 괴리를 반영하는 시티 매크로 서프라이즈 인덱스는 4월 이후 반등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기 회복세를 나타내는 구리 가격은 올 들어 50% 가까이 오르고 있다.
지난달 2조 가까이 팔아치운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세도 IT 업종에만 집중됐을 뿐 금융, 철강, 화학 등 경기 민감(시클리컬) 업종에 대해선 순매수세를 보였다. 전기·전자 업종을 빼면 오히려 코스피의 외국인 순매수세가 전월보다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북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나 한국 시장 전반에 대해 완전히 부정적으로 돌아서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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