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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대책 한달 집중평가]규제가 오히려 수요 부추겨…양극화 해소 역부족(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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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ㆍ최대열ㆍ박혜정 기자] 8ㆍ2 부동산 대책 시행 한달째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주택시장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ㆍ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수요가 몰리는 반면 지방의 경우 실수요자마저 움츠러들고 있다.

30일 1순위 청약신청을 받은 충남 서천의 한 아파트에는 단 7건이 접수됐다. 경기 이천의 한 브랜드 아파트에도 분양가구의 절반 남짓의 청약통장이 몰리는 데 그쳤다. 경남 사천의 한 공공분양 아파트는 114가구를 공급했는데 청약신청자가 2명에 불과했다.
반면 정부의 8ㆍ2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후 강남권에서 처음 분양에 나서는 '신반포 센트럴자이' 아파트는 벌써부터 과열조짐으로 들썩이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 예상했던 분양가보다 3.3㎡당 500만~600만원 이상 낮아질 것이란 얘기가 나와서다.

아파트를 분양할 때 필수인 분양보증 권한을 갖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불가" 방침을 명확히 하면서 조합이나 시공사 측에선 이를 받아들였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주변 시세를 감안하면 당첨 후 3억~4억원은 거뜬히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선 향후 정부의 추가 규제를 예상하고 미리 청약통장을 준비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앞서 8ㆍ2대책에서 분양가 상한제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상태인데, 정부 감시가 집중된 강남권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적용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적용되면 분양가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그 때를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단지의 경우 이주ㆍ철거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조합이나 건설사가 분양일정을 유동적으로 조정하기 힘들다.
과열지역을 겨냥한 규제가 오히려 해당 지역의 집중도를 더 높이고 있다. 지난해 11ㆍ3 대책에 이어 새 정부 들어 발표된 6ㆍ19 대책, 8ㆍ2 대책까지 청약제도를 손보면서 투기수요를 걷어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으나 최근 수년 새 고착화된 지역별 양극화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청약 조정대상지역을 처음 도입한 11ㆍ3대책을 통해 과열지역에 대해선 규제를, 미분양 우려지역에 대해선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했으나 지금까진 규제만 나왔을 뿐 이렇다 할 지원은 없는 상태다.

▲8·2 대책 후 서울에서 처음 분양에 나선 '공덕 SK리더스뷰' 견본주택에 모인 방문객들이 모형도를 살펴보고 있다.

▲8·2 대책 후 서울에서 처음 분양에 나선 '공덕 SK리더스뷰' 견본주택에 모인 방문객들이 모형도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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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2 대책 여파로 기존 주택 매매시장이 잔뜩 움츠러든 반면 서울이나 부산, 대전 등 지방의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한 분양시장은 수요층이 꾸준히 몰려들고 있다. 대책 후 서울에서 처음 분양한 마포구 '공덕 SK리더스뷰'는 청약경쟁률이 35대 1에 달했다. 부산 서구에서 분양한 '대신2차 푸르지오'는 255대 1로 경쟁이 치열했다.

서구는 청약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에서 빠져 전매제한ㆍ대출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투자수요도 대거 나선 것으로 보인다. 풍선효과인 셈이다. 대전 유성구에서 분양한 '반석 더샵'의 청약경쟁률은 58대 1로 2010년 이후 대전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많은 청약자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8ㆍ2 대책이 각 지역별 여건이나 시장상황을 감안한 핀셋규제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복잡한 제도 탓에 혼선도 불거지고 있다.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청약제도나 대출조건이 수차례나 바뀌어서다. 8ㆍ2대책에 포함된 대출규제를 소급해 적용받는 일부 수분양자는 청와대나 해당 부처에 단체로 민원을 넣고 소송을 준비하는 등 집단행동에 들어갈 태세다.

제도 자체가 방대하고 복잡해 각 대책별 적용시점이 달라 당분간 혼란스러운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는 데다 최근 2, 3년간 택지공급을 줄여왔던 만큼 내년 이후 분양시장도 안갯속이다.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에 앞서 연내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한 사업장의 경우 내년 하반기 이후 분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나 그렇지 않은 곳은 사업 자체가 멈춰 설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의 중장기 실효성이 서울시 손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까지 얼어붙게 만든 상황에서 서울시 재건축 심의가 시장을 움직일 유일한 변수로 떠올라서다. 실제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초고층 재건축을 준비하는 사업지들의 경우 심의를 전후로 매매 문의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실제 잠실주공5단지 정비계획 심의가 또다시 내달로 연기됐다. 지난 2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보류 판정을 받은 후 6개월만이다. 더욱이 지난 16일 제14차 도계위 본회의에서 시간 부족으로 심의가 미뤄진 바 있어 이날 통과 가능성은 어느때보다 높았다.

거래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한때 기대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8·2 대책 직후 1억원 넘게 떨어졌던 잠실주공 5단지 103㎡(전용)는 최근 들어 매물이 15억원대에 다시 등장했고 16억원대 붕괴가 예상됐던 110㎡ 물량도 집주인들이 급매를 거둬들이며 방어에 성공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시장의 경우 서울시 정비 심의에 따라 호가 변동 폭이 큰 만큼 8·2대책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거래절벽이 장기화될 경우 수요가 적체돼 가격 등락이 심해지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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