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가 밝힌 재정 운용 방향성이다. 구조조정과 재정지출 통제를 하고, 산업 정책도 잘 선택한 스웨덴을 따라 재정을 운용하되 일본의 실패는 철저하게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것이었다.
스웨덴과 일본이 1990년대 맞은 위기는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올해부터 감소세로 전환하고, 2%대의 기조적인 저성장 시대를 맞게 되는 가운데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복지 지출의 증가는 불 보듯 뻔했다. 박근혜 정부가 두 나라를 언급하며 재정 통제를 강조한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에서였다.
정권이 바뀌어도 위기는 남는다. 문 정부 역시 저성장 속 지출 증가를 딛고 경제성장과 균형재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향은 박 정부와 다르다. 박 정부가 2017년 예산 총지출을 3.7%로 억제한 것과 달리, 새 정부는 지출 증가율이 7.1%에 달하는 '슈퍼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스웨덴과 같은 과감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스웨덴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보편적 기초연금을 폐지하고 저소득층 중심으로 개편했으며, 실업자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것을 지양했다. 좀비기업에 대한 인위적 지원도 줄였다. 반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성은 직접 현금을 쥐어주는 쪽으로 대거 바뀌었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직접 재정으로 보조하고, 아동수당을 10만원씩 더 주는 식이다.
물론 스웨덴과 같은 고부담-고복지 국가와 저부담-저복지 사회인 한국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양국의 사회적 합의 수준이 다른 만큼 복지 지출도 점진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복지가 필요하다는 데는 찬성하지만, '퍼주기식' 복지는 안된다는 게 국민들의 일반적 인식이다. 정부와 청와대는 번갈아가며 '산타클로스식 복지', '퍼주기식 복지'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판단하는 것도 결과를 감당하는 것도 국민의 몫이다.
향후 5년간 경상성장률을 넘어서는 확장재정이 공식화된 가운데, 일본 아닌 스웨덴의 길을 가려면 슈퍼 재정에 걸맞는 힘 있는 제동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재정 균형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랏빚을 GDP의 45% 수준, 관리재정수지를 3% 수준에서 유지토록 하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한 재정건전화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한 이유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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