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와인은 기독교, 커피는 이슬람교 음료로 공인돼 있다. 일찍이 커피를 마신 지성의 이슬람권은 로마제국이 멸망한 뒤 와인과 맥주만 마시는 유럽 남부를 거의 차지했고 연금술로 화학의 기초를 확립했으며 아라비아 숫자를 만들어 자연과학을 발달시켰다. 커피가 이슬람 교도들에게 알코올 대신 마실 수 있는 대체 음료가 되면서 학문적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된 것이다. 1600년대 커피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후 와인과 커피를 같이 마시게 된 유럽은 지성과 감성의 조화로운 활동을 통해 세계 최고의 국가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알코올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슬람권은 융통성이 부족하다. 이들이 알코올을 받아들인다면 세계 평화가 올지도 모른다.
프랑스에서도 런던의 커피하우스와 마찬가지로 카페가 지식인들의 만남의 장소로 출발했지만, 시인, 철학자, 과학자, 정치가 등 엘리트는 물론, 배우, 군인, 요염한 여자, 도박꾼, 식객 등 모든 사람에게 개방돼 있었다. 이때부터 카페는 사교장이 되고, 정보교환, 문학 동, 정치비판 등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혁명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했다. 실질적인 프랑스 대혁명(1789년 7월14일)은 이틀 전인 7월12일 ‘카페 뒤 푸아(Cafe du Foy)’에서 젊은 법률가 ‘카미유 드물랭(Camille Desmoulins)’이 바스티유 감옥 습격 계획을 수립하고, 무장하자는 외침으로 시작됐다.
현대인에게 와인은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고, 커피의 카페인은 판단력을 뚜렷하게 만드니 겉보기에는 커피가 더 인간사에 유용할 것 같지만, 인간이 사는 세상은 원리원칙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이 지성으로만 움직인다면 즐거움이란 요소가 빠지게 된다. 커피는 마실수록(많이 마실수도 없고) 정신이 뚜렷해지니까 말썽은 없지만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수 없고, 와인은 감성을 고무시키니까 많이 마시면 말썽도 많고 일도 잘 저질러 다음날 이야깃거리도 많아진다. 그러니까 와인이 커피보다 더 재미있다는 건 확실하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와인과 커피 둘 다 있어야 한다. 사람이 즐겁고 행복하게 사려면 알코올의 감성과 카페인의 지성이 모두 필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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