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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칼럼]제2의 배임죄, 묵시적 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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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의 핵심이자 2심의 쟁점이 되는 것이 '묵시적 청탁'이다. 1심 재판부는 명시적인 청탁이 아니라 묵시적인 청탁으로 유죄를 인정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의해서 뇌물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묵시적인 청탁은 "그렇고 그런 사이에서 그렇고 그런 일들이 벌어졌으니, 굳이 구체적인 것이 오갔다고 하지 않아도 매우 그렇게 (뇌물이 오간 걸로)보여진다"로 해석된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변호인단이 1심 선고에 강력 반발하는 지점이고 재계와 학계, 법조계도 '갸우뚱'하게 만든 판결이다. 1심 선고를 지켜본 대기업 임원들 사이에서는 "묵시적인 청탁으로 엮은 뇌물죄가 자칫하단 제 2의 배임죄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현행 형법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를 모두 배임죄로 규정한다. 하지만 배임죄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와 재산상 이익ㆍ손해의 판단 기준이 모호해 법 적용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배임죄로 기업인을 처벌하는 나라는 독일ㆍ일본ㆍ한국 등 세 나라 밖에 없다. 그나마 독일ㆍ일본은 배임의 고의성 여부를 엄격히 판단하지만 우리는 법 조항 자체가 추상적이다 보니 '걸면 걸리는 법'이 됐다. 또한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대표적 과잉형벌로 꼽혀왔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있다. 그는 부실 회사를 인수해 포스코에 1600여억에 이르는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 이어 이달 18일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석채 전 KT회장은 2013년 10월 횡령과 배임혐의로 세 차례 압수수색을 받으며 KT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1심 무죄, 2심 유죄로 뒤집어졌다가 지난 5월 대법서 무죄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내며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이들 외에도 주요 대기업 총수와 경영진 모두 횡령ㆍ배임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바 있다. 배임죄로 기소돼 무죄를 받았던 인사들은 "검찰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리하게 죄를 엮기 위해 배임죄를 활용했다"고 지적한다. 이번 묵시적인 청탁에 재계가 떠는 이유는 앞으로는 구체적인 청탁이 오가지 않고 증명도 확증이 없다고 해도 뇌물죄로 엮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인사는 "우리나라에서는 배임죄가 오너와 경영진의 책임을 추급하는데 자주 활용돼 기업에 대한 과도한 족쇄로 작용하고 그 여파가 자연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을 넘어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 이번 1심 선고를 법과 원칙에 따른 판결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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