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케미포비아③]'눈물로 얼룩진' 치킨 공화국…자영업자의 비명

최종수정 2017.08.28 08:58 기사입력 2017.08.28 07:30

1인당 연간 닭 20마리 소비…한집 건너 치킨가게
AI 파동 이어 살충제까지…치킨가게 '매출 뚝'
DDT 검출 '육계'로 불똥 직격탄 '조마조마'


치킨/사진=픽사베이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대한민국은 '치킨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집 건너 치킨가게가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 해 닭고기 소비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국내에서 도축된 닭은 무려 9억9251만마리에 달한다. 이 닭을 인구 5000만명이 모두 소비했다고 가정하면 1인당 연간 약 20마리씩 먹은 셈이다.

그중에서도 '치킨'의 인기는 월등하다. 한국인의 남다른 치킨선호는 신조어에서도 나타난다. 합성어 '치느님'(치킨+하느님)과 인터넷 유머 '치렐루야(치킨+할렐루야) 10계명'이 등장한 지 오래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는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치킨이 많이 언급된 날일수록 사람들의 행복감이 크다는 치킨지수까지 개발하기도 했다.

그런데 '닭 수난시대'가 이어지면서 치킨 자영업자들의 눈물이 마를날이 없다. 벌써 3연타다. 지난해 11월 사상 초유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고기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며 매출이 반토막 났다. 이에 대한 후폭풍으로 닭 수급 상황이 악화돼 가격도 뛰었다.

그런데 각종 갑질 논란을 마주하면서 가격 인상도 이뤄지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치킨 한마리값이 비싸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치킨집 점주들은 그 비싸다는 한마리를 1만6000~1만9000원에 팔아도 남는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로 인해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때 아닌 원가 공개 역풍까지 맞았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살충제 계란 파동'까지 덮쳤다. 계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강해 계란은 물론 계란을 주 원료로 하는 빵, 과자 등의 가공식품과 치킨까지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욱이 산란계 농장 닭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전국적으로 육계(닭고기용)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으로, 벌써부터 육계 소비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집단 사육되는 닭들의 모습(사진=위키피디아)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양계협회·프랜차이즈 업계는 육계에는 살충제를 쓰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조사가 끝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노심초사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육계의 경우 30일 정도 키워서 출하하기 때문에 살충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 연구기관에서 '피프로닐' 사용을 권장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미 소비자들의 불신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육계에서 살충제 성분이 단 한건이라도 검출되면 닭고기 소비가 급감할 가능성이 커 치킨 프랜차이즈와 닭가공 식품 등을 판매하는 식품업체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갑질과 가격거품 논란에 휩싸인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한계 상황에 내몰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치킨가게는 AI와 닭 수급 상황에 따른 가격 널뛰기로 수익 악화를 겪고 있다. AI 파동이 극심한 지난 3월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전국 치킨 전문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치킨가게의 86%가 "AI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닭고기를 먹는 것과 AI 감염이 무관한데도 평균 매출 감소율은 30%에 이를 정도였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 역시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파동이 불거진 지난 15일 이후 약 일주일간 치킨가게들의 매출이 20% 가량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중구의 한 치킨집 점주는 "AI도, 닭값 상승도 모두 내 잘못이 아닌데 너무 속상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성동구의 한 점주는 "대한민국에서 치킨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 것 같다"며 "맹독성 농약 성분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가 산란계 농장 닭에서도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주문 전화가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폐업도 고려하고 있다.

업계 점주들은 대한민국에서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총 2만4453개로 전체 15개 업종 가운데 가장 많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동네 개인 치킨가게까지 더하면 4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들은 경쟁이 심한데다 의도하지 않는 이슈로 장사에 타격을 받으면서 생사의 기로에 놓인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I 파동 당시 외식산업연구원 조사에서 '향후 휴·폐업 및 업종 전환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 27.3%, 비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는 41.5%가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 대형 치킨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문제가 없더라도 먹거리 이슈가 있을때마다 소비자들의 불신이 확산되면서 매출에 타격을 받는다"며 "소비자 불안이 가라앉기전까지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오늘 본 뉴스

아시아경제 추천뉴스

리빙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