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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와 혁명]②北정권 최대 위기였던 '고난의 행군'도 엘니뇨 후폭풍

최종수정 2017.08.25 14:58 기사입력 2017.08.25 11:22

고난의 행군시기 북한 어린이 모습(사진=MBC 뉴스데스크 장면 캡쳐)

북한에서 가뭄으로 인한 기근이 다시금 창궐하면서 지난 1995년 당시 '고난의 행군'시기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고난의 행군은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이어진 북한지역의 대기근으로 300만명 이상의 주민이 아사한 대기근이다. 20세기 세계적 대기근으로 유명한 우크라이나 대기근과 함께 독재체제 내의 비극으로 불리곤 한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대해서 북한 외무성이 주장한 추정 사망자 숫자는 22만명 정도다. 그러나 지난 1997년 한국으로 망명했던 북한 최고위층 인사인 황장엽씨는 회고록을 통해 고난의 행군 첫해에 죽은 사람만 100만명, 이후 추가로 100만명 이상이 아사했으며 최소 150만에서 350만 정도가 죽었다고 주장했다. 유엔(UN)에서 2008년 파견된 조사단의 조사에서도 당시 인구 17만명 수준의 김책시에서 하루에 200명씩 죽어나갈 정도로 심각했다고 한다.


인구 2500만명 정도의 현대국가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전쟁없이 죽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더구나 우리나라 역사상 발생한 대기근 중에서도 고난의 행군만한 대기근도 없다. 조선시대 최악의 대기근으로 알려진 1670년~1671년 발생했던 경신대기근(庚辛大飢饉)에도 30~40만명 정도가 죽은 것으로 알려져있으니 고난의 행군은 이보다 10배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셈이다.

이 끔찍한 대기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도 역시 엘니뇨 현상이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 동아시아 일대를 중심으로 대규모 기상이변이 속출했었다. 1996년 7월에 발생한 대홍수와 1998년 8월 발생한 집중호우, 양쯔강 대폭우로 홍수가 지속됐으며 북한 역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특히 1998년에는 서울만 해도 8월 누적 강수량이 1237mm를 기록해 전체 연평균 강수량만큼의 비가 한달에 다 왔을 정도였다.

선동과 집회에 자주 동원되는 북한주민(사진= 연합뉴스)

이런 자연재해를 딛고 북한정권이 제대로 사후대책이라도 세웠으면 대기근을 견뎌냈을지도 모르지만 당시 김정일 정권은 '자력갱생'의 함정에 빠져있었다. 당시는 1991년 구 소련 붕괴 이후 동구권이 차례로 무너지고 중국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전 세계 공산국가들이 무너져가던 시절이었다. 특히나 대규모 자연재해까지 겪은 북한은 경제, 외교정책의 대 전환이 필요한 시기였지만 역으로 보다 폐쇄적인 정책으로 일관했다.
폐쇄경제체제를 유지한다고 해도 내부에서 효율적인 농법을 활용했으면 그나마 식량난은 면했겠지만 북한이 내놓은 이른바 '주체농법'은 가뜩이나 황폐한 북한의 농경지를 더욱 황폐하게 만들었다. 생산량 증대를 목표로 한다고 무분별한 산지 개간, 더구나 대규모 옥수수 단지를 만든 결과는 참혹했다. 옥수수는 지력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작물이므로 다량의 비료가 필요하지만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5%를 군비로 쓰고 군수사업 외에 모든 산업이 낙후된 북한에서 화학비료 생산량을 증대할 길은 없었다.

결국 외부에서 식량을 수입해야할 처지지만 북한의 외화는 대부분 권력층들이 향유하고 군비에만 쏟아붓다보니 주민들의 삶이 점차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까지 1인당 하루 620g 정도 나오던 배급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100g으로 줄어버렸다. 하루 600g은 먹어야 한 사람이 겨우 살 수 있는데 생존 유지선이 완전히 붕괴된 것.

그러자 당시 김정일 정권은 고난의 행군 극복을 명분으로 공무원은 물론 기업 노동자들, 대도시 시민들, 학생들까지 전부 동원해 농사일만 시키기 시작했다. 결국 국가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됐고 지하자원을 캐서 타국 농업회사들과 밀무역으로 식량을 주고받던 행위조차 못하게 됐다. 이 대기근 이후 북한경제는 사실상 공산체제가 완전히 붕괴됐으며 당과 별개의 화폐경제 시장이 정착했다. 이 대기근의 후유증은 오늘날까지 남아 북한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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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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