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생리대 부작용' 뿔난 소비자…피해 증상 따라 개별소송도 검토 (종합)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릴리안 생리대 사용 후 65.6% 월경주기 변화 경험
엄마들, 생리대와 같은 회사 제품 기저귀 불안감 호소
깨끗한나라, "안전하다" 공식 입장에도 유해 논란 지속
여성단체, 일회용 생리대 성분조사 촉구·집단소송 움직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금보령 기자, 김민영 기자] #.20대 여성 A씨는 불규칙한 월경 주기를 경험했다. A씨는 3년 전까지만 해도 한 달(27~30일)에 한 번 생리를 했다. 그런데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뒤부터는 짧게는 2~3주, 길게는 7~8주 또는 3개월에 한 번 생리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깨끗한나라에서 출시한 릴리안을 2014년부터 사용해 왔다"며 "그 이후 생리주기가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해물질 없는 순면제품이라는 광고에 믿음이 갔는데 화가 난다"고 했다.

#.40대 여성 B씨도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을 호소했다. 지난해부터 생리기간이 5~6일에서 3일로, 올 초부터는 만 하루로 줄었다. 조기폐경이 오는 건가 생각하고 몇 달을 넘겼는데 생리대 때문이라니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1년 이상 릴리안을 사용한 것 말고는 병원을 정기적으로 다닌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후회 된다"고 했다.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하다 생리불순 등을 경험한 여성들의 피해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2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1일 저녁부터 사흘 간 생리대 부작용 제보를 3009건 받았다고 밝혔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수백 명 정도 제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제보자가 많아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피해 제보 3000건 "월경주기·혈 감소"=여성환경연대가 제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제품 사용 후 제보자의 65.6%(1977명)가 월경주기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1~2개월 변화가 22.7%, 3개월 이상 변화가 10.3%였다. 6개월 이상 변화도 12.3%를 차지했다.

사진=김민영 기자

사진=김민영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또 월경기간이 감소한 것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일 이하로 감소했다는 응답이 35.8%로 가장 많았고, 3~5일 이하로 줄었다는 응답도 34.9%로 그 뒤를 이었다. 월경이 아예 끊긴 경우도 4.7%였다.

85.8%의 응답자들이 월경 혈 감소를 경험했다. 생리통이나 피부질환의 경우에도 각각 68%, 48.4%가 심해지거나 질환이 생겼다고 답했다.
아울러 1495명(49.7%)이 릴리안 사용 이후 최근 3년 이내 월경, 자궁 질환으로 병원을 찾았다. 가장 많이 걸린 질환으로는 질염 51.4%, 생리불순 38.1%, 자궁근종 13.5% 등 순이다. 이 질환들이 릴리안 생리대 때문이라는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답자 3009명은 릴리안 제품을 짧게는 3개월 이하(9.2%)부터 길게는 5년 이상(27.1%) 사용한 여성들이다. 연령층은 1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나 20~30대 응답자가 전체의 80%가량 된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으로 인한 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케미 포비아)이 아기 기저귀로까지 번지고 있다. 액체를 흡수한다는 원리가 같다는 점에서 기저귀도 생리대와 구성 성분이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성단체들은 문제가 된 생리대를 포함한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 전수 조사를 요구하고 피해를 본 여성들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생리대 부작용' 뿔난 소비자…피해 증상 따라 개별소송도 검토 (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기저귀도 못 믿겠다" 불안한 엄마들= 아기 엄마들이 많이 가입해 있는 지역 맘카페 등에서는 일회용 생리대가 문제가 된 회사 제품의 아기 기저귀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지난 21일 부터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날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릴리안에 대해 품질 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힌 날이다.

깨끗한나라에서 만드는 기저귀 브랜드는 '보솜이'다. 2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조모(32)씨는 "같은 회사에서 나오는 건데 믿고 써도 될지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한 맘카페에는 '보솜이 안 쓰는 게 답이겠죠?', '며칠 전에 보솜이 샀다가 찜찜해서 다른 기저귀 주문했어요' 등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깨끗한나라는 공식 홈페이지에 "보솜이 기저귀는 엄격한 관리 감독 하에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산되고 있다"며 "최근 뉴스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상의 생리대 제품 사용에 따른 일부 소비자들의 의견과 보솜이는 무관하다"는 내용의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릴리안과 보솜이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있는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깨끗한나라는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건 맞지만 생산라인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보솜이 뿐만이 아니라 기저귀 전반에 대한 의심도 커지고 있다. 생리대와 기저귀 모두 액체를 흡수한다는 원리가 같다는 점 때문에 구성성분이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생리대 유해 논란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접착제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제품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접착제는 기저귀에도 적용되는 물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표원은 기저귀 안전 기준을 담당하는 곳으로 이번 생리대 논란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저귀 안전관리 수준은 전 세계에서도 높은 편"이라면서도 "식약처 조사결과를 지켜볼 필요성은 있다"고 얘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원본보기 아이콘

◆"집단소송 이어 개별소송도 진행"=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성분조사와 손해배상을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 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식약처는 피해 여성 사례 접수와 건강역학 조사를 실시하고 일회용 생리대 제품 전체에 대한 성분조사 및 위해성을 조사해 여성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실시한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실험에서 스타이렌, 자일렌, 톨루엔, 트라이메틸벤젠, 트라이클로로에틸렌 등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 특히 스타이렌과 트라이메틸벤젠은 실험에 사용된 모든 생리대에서 공통적으로 나왔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끓는점이 낮아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되는 액체 또는 기체상 화합물로 주유소, 자동차, 페인트나 접착제 등에서 주로 뿜어져 나온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현재 생리대 유해물질 기준은 포름알데히드, 색소 등 4가지 밖에 되지 않는다"며 "20년 전에 만들어진 기준인데 이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불꽃페미액션 등 30여개 여성단체들은 여성환경연대와 더불어 식약처에 사태 파악과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피해 여성들을 중심으로 집단소송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법무법인 법정원은 23일 기준 7000여명이 릴리안 생리대 피해 관련 설문조사에 참여했고 이 중 98%가 소송에 참여할 의사를 보인다고 밝혔다.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를 위한 집단소송 준비 모임'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운영 중인 법정원은 공익적 성격을 가진 집단 소송과 함께 일부 피해자들을 위한 개별 소송도 준비 할 예정이다.

소송을 준비 중인 정용성 변호사는 "병원에서 여러 번 수술을 받은 피해자들도 있는 등 상황이 동일하지 않아서 증상별로 나눠서 그 분들에게 맞는 적절한 형태로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가습기 살균제 사태처럼 처음에 피해 구제를 바로 못 들어가면 증거 확보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