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대가관계에 따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ㆍ'비선실세' 최순실씨 사이의 뇌물수수 혐의를 재판부가 인정할 것인가. 이에 대한 1심의 결론이 내일(25일) 나온다. 유죄 판결이 나오면 이 부회장은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무죄가 나오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국정농단 수사 자체가 크게 퇴색할 수 있다. 양 측 모두에게 '모 아니면 도' 식의 다툼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돼 법정형이 최장 무기징역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12년을 구형했다. 다툼의 핵심은 뇌물죄 성립을 위한 대가관계를 재판부가 인정하느냐다. 특검팀은 '삼성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이 얻을 이익이 분명했던 만큼 합병이 이 부회장의 과제이자 삼성의 현안이었고, 따라서 뇌물을 주고받을 이유, 즉 대가관계가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특검팀은 이를 바탕으로 미르ㆍK스포츠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최씨의 딸 정유라씨 등에 제공한 돈 전부를 뇌물로 봤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정유라 승마지원'을 요구하고, 지원이 부족한 점을 두고 질책까지 했던 사실 등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피고인신문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서 하는 사업은 제가 지식도 없고 업계 경향도 모른다"면서 "합병은 (양 사) 사장들하고 미래전략실에서 한 일"이라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아울러 "(제 업무의) 95%는 삼성전자와 계열사의 업무였다. 소속은 처음부터 삼성전자였고 미래전략실에는 소속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부회장에 앞서 피고인신문을 받은 최지성 전 미전실장(부회장)도 "(지원사업은) 미래전략실이 관할하는 영역이었고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글로벌 업무만 담당해 보고할 이유가 없었다"는 말로 이 부회장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한편 법원의 이번 1심 판단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뇌물을 줬다는 사람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뇌물을 받은 사람 역시 유죄 판단을 받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공여 혐의자가 무죄 판결을 받으면 특검팀이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공소유지를 하기는 어려워진다. 이 부회장 1심 선고 결과가 박 전 대통령 재판의 가늠자로 여겨지는 이유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