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2일 회고록에서 전직 대통령들과의 인연과 개인적 평가를 가감 없이 밝혔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에 대해선 "이상주의자적 면모를 가진 정치인"이라고 평가하는 한편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관련 "DJ정권은 결코 성공한 정권으로 볼 수 없다"고 쓴소리를 냈다.
이날 출간된 '이회창 회고록'에서 이 전 총재는 1993년 대법관으로 있던 자신에게 감사원장직을 제의, 정치권으로 입문케 한 YS와의 뒷이야기를 술회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감사원장으로 있을 당시 YS가 대법원장직을 두 번이나 제의했다가 번복한 것을 두고는 몹시 언짢았지만 돌이켜 보면 당시 원망이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 전 총재는 1994년 YS와의 갈등 끝에 당시 국무총리직을 사퇴하기까지의 과정도 상세하게 그렸다. 자신의 사퇴 이후 정부여당이 보인 행동과 YS가 퇴임 후 낸 회고록에서 자신을 '비하'한 데 대해서는 매우 격앙된 목소리도 냈다.
15대 대선에서 자신에게 1.6%포인트차 석패를 안긴 DJ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전 총재는 "DJP 연합으로 탄생한 김대중 정권이 대한민국에 과연 무슨 기여를 했나"라며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 이른바 진보정권·좌파정권이 잘못된 남북관계 설정으로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데 일조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DJ정권은 결코 성공한 정권으로 볼 수 없다"며 "반세기 만에 진보·좌파 정권을 쥐어본 국민에게 무능함과 무책임함만을 각인시켜줬다"고 덧붙였다.
이 전 총재는 대권 문턱에서 또 한 번 무릎 꿇게 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적었다. 절치부심 끝에 대세론을 등에 업고 16대 대선에서 낙승을 기대했던 그는 이른바 '노무현 바람'에 다시금 쓴잔을 들어야 했다.
이 전 총재는 "뒤늦게 정치권에 들어온 나는 그를 잘 알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 그는 정치에 들어온 지 꽤 오래되었는데도 그 연륜에 알맞은 기반을 잡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변방으로 돌며 전두환 전 대통령 청문회에서 보듯이 뛰어난 언변과 돌출적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정치를 해온 것으로 보았다"며 "이런 사람은 대체로 시대의 흐름이나 변화의 바람이 일어날 때 민감하게 이에 편승해 부상하는 데 능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것은 노무현 후보를 잘 모르는 제삼자의 관찰이므로 잘못 본 것일 수 있겠지만 당시 나는 '노무현 부상 현상'은 조만간 깨질 바람이라고 보았다"고 회상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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