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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살 빼면 교장 성과금 오른다?… 현장은 스트레스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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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자율적 시행'에서 '반 강제' 수준으로… 학생·교사 스트레스 받는 '탁상행정'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한 지방 교육청이 교장·교감 등 관리자급 교사 평가항목에 학생들의 비만율을 포함해 논란을 빚고 있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제주 교육청은 도 내 교장·교감 성과상여금 실적평가 기준안에 '학생 비만율 줄이기' 항목을 추가했다. 전년도와 비교해 비만율 감소가 높은 상위 20% 그룹은 10점, 하위 20% 그룹은 1점을 받는 식이다.
사진=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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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평가로 관리자급 교사들 사이에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경쟁이 불붙으면서 부담은 일선 교사들로 전가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35)씨는 "과체중도 비만으로 간주하기때문에 중등 비만 이상인 학생 보다는 경도 비만 및 과체중 학생의 다이어트가 주 목표"라며 "일부 교사들은 비만 학생들을 성과금 깎아내는 '골칫덩이'로 여기는 모습도 보인다"고 말했다. 김 씨는 "교육감이 보기에 비만율이 감소하면 학부모 지지율이 올라 재선에 유리하다고 보는 것 같다"며 "학생들을 결국 선거 활동 수단으로 쓰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제주교육청이 이처럼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2015년 학생비만율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국 1위는 물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사 결과 도내 학생 비만율(경도비만 이상)은 18.6%로 8년 전보다 3.2%포인트 늘어났다. 전년도 전국 학생 비만율 15.6%보다도 3%포인트 높은 수치다. OECD 집계 방식인 BMI(체질량 지수)로 환산하면 약 28%로, 2014년 OECD 국가별 비만율 6위인 멕시코와 비슷한 수준이다. 과체중을 포함한 도내 학교급별 비만율은 초등학생 30.7%, 중학생 31.1%, 고등학생 37.5%로 학생 3명 중 1명은 '살이 찐' 상태였던 것이다.

문제는 비만율 감소 정책을 관리자급 교사들의 성과금과 연동시켰다는 점이다. 제주교육청은 지난 2015년 11월 학생 건강증진과 비만율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유·초·중·고교 건강증진 매뉴얼'을 마련했다. 이 매뉴얼은 원래 각급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2016년 새학기 시작과 함께 성과금 평가 기준으로 변경됐다.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지만 학교장들의 성과금 경쟁에 일선 교사들과 학생들이 시달리는 '나비효과'가 발생했다.
평가 방식도 문제다. 학생 개인의 체중과 건강상태 변화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단순히 전체학생 대비 비만 학생 비율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제주시의 한 중학교 교사 박모(44)씨는 "읍, 면에 있는 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 비만 학생이 1명만 있어도 비율 상 크게 잡혀 불리하다"며 "일선 교사들은 교장의 압박에 불편하고, 학생들도 학교에서 살 빼라는 잔소리를 들어 기분이 나쁘고, 누구에게 좋은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제주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건강 증진 정책이 현장에 더 안착할 수 있도록 성과금에 포함했다"며 "부작용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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