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흔들…매매가 1억~2억 가격 내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때 38억원까지 치솟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6차 243㎡(전용)가 지난주 36억원에 거래됐다. 일반 아파트에 비해 몸집이 큰 물건이지만 수 개월간 37억 중후반대 밑으로는 급매도 나오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눈에 띄는 하락폭인 셈이다. 구현대6차 아파트 주변 A공인 대표는 "집값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에 물건을 서둘러 처리하려는 집주인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며 "거래가 많은 중소형 물건은 물론 중대형도 내놓으려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년간 강남 집값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재건축 대표 단지'들도 변화 흐름이 엿보인다. 8ㆍ2 대책 직전 15억7000만원 가까이 치솟던 잠실주공5단지 106㎡가 지난 10일 14억원에 팔렸다. 지난달 21일 거래된 후 20여일만에 1억7000만원이 빠진 셈이다. 14억원 초반대의 급매 물량은 대부분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주 서울시 심의에서 초고층 재건축에 대해 사실상 최후 불가 통보를 받은 은마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6일 13억4000만원을 찍은 95㎡가 이달 11일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8ㆍ2대책 이후 20일 만에 1억원이 빠진 셈이다. 이 물건은 8ㆍ2 대책 후 은마아파트에서 거래된 유일한 물건이기도 하다.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 B대표는 "집주인은 현재 집값 방어를 위해 무조건 버티겠다는 입장이지만 은마아파트의 경우 정부 대책과 서울시 규제 등 외부 불안 요소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으로 향후 1~2건의 거래가 집값 하락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 서초구 대표 아파트인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도 약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대책 전 20억원을 찍으려던 래미안퍼스티지 84㎡는 7월 말 최고가 19억9000만원에서 지난주 18억2500만원까지 주저 앉았다. 반포자이는 16억4000만~17억8500만원의 거래가가 이달 7일 15억5500만원에 빠르게 거래됐다. 조망권과 층수 등의 변수가 감안된 거래지만 단순 가격으로는 한달새 2억원이 넘게 떨어졌다.
◆새 아파트 강세 흐름, 3억원대 프리미엄도= 하지만 최근 입주를 시작한 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8월부터 주민을 맞은 서울역센트럴자이는 현재 84㎡ 기준 9억 초반대~9억원 중반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공덕 더샵 역시 몸값이 치솟고 있다. 입주를 4개월여 남겨둔 상태지만 현재 84㎡ 물량이 8억~8억5000만원 선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호가는 9억원을 훌쩍 넘긴 상태다. 2015년 공덕 더샵의 분양가는 평균 6억 중반대였다. 공덕동의 C공인 관계자는 "(공덕 더샵의 경우)입주가 다가오면서 마포권 일대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이 호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대출 여력이 되는 수요자를 중심으로 물건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양극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의지가 명확해진 만큼 중장기적으로 내림세가 점쳐진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부동산 가격이 또 오를 기미를 보이면 정부는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부동산 시장의 반등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여러 카드를 쥐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하지만 서울 전역에서 가격조정과 거래절벽이 이어지더라도 신축 아파트 시장 등 새 투자처에는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장은 "서울은 사실상 2008년 이후로 공급이 중단됐다가 최근 2~3년간 분양이 이뤄지며 새 아파트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입지가 뛰어난 아파트의 경우 대기수요가 많은 탓에 앞으로도 정부 대책과는 별개로 실수요자들이 지속적으로 몰리며 높은 시세가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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