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문제원 기자] "이재용 선고 보려고 전라남도 해남에서 왔습니다." 응모권을 손에 쥐고 법정 한쪽에 앉아 있던 이민천(36)씨는 굳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삼성이 국민연금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는 사실을 믿을 수 가 없다"면서 "선고만이라도 꼭 내 눈으로 보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417호 법정은 150석 규모다. 법원은 이 가운데 재판관계인과 취재진의 자리를 뺀 30석을 일반방청객 몫으로 배정했다. 20대 청년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이 추첨을 위해 법원을 찾아 일찌감치 줄을 섰다. 이들은 저마다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나 여론재판이라는 의심을 품은 채 초조한 모습으로 응모에 임했다.
자신을 취업준비생이라고 소개한 최지현(27)씨는 "뉴스로만 사건을 접하면서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었다"면서 "직접 공판을 보면서 진상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지원을 위해 독일 법인 코어스포츠로 78억9000만원 상당을 보낸 것에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적용했다. 이 돈이 모두 도피액으로 인정되면 징역 10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최저 형량의 절반까지 낮추는 작량감경을 받아도 징역 5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 측에 지급한 298억여원이 횡령으로 인정받는 경우에도 5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뇌물공여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량이지만 뇌물죄가 인정되면 다른 혐의도 줄줄이 유죄 선고를 받을 수 있다.
특검팀과 이 부회장 측은 지난 7일 결심공판으로 변론이 끝났는데도 이후 지난 주까지 각각 17건, 10여건의 의견서와 참고자료 등을 재판부에 제출해 유무죄 다툼을 벌여왔다.
한편 재판부는 아직 이 부회장 1심 선고공판의 생중계 여부를 정하지 않았다. 만약 생중계 결정이 나오면 이 부회장의 재판은 사상 처음으로 전 국민에게 중계되는 첫 1심 재판으로 기록된다. 재판부의 결정은 이날이나 23일 중에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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