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내년 예산안을 427조원 내외로 편성했다. 중앙부처들이 요구한 규모(424조5000억원) 보다도 많다. 전년도보다 6.7% 증가한 규모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에서 약속한 재정지출 증가폭 7%에 육박하는 수치다.
SOC 투자 축소는 그동안 우리 국내총생산(GDP) 증가세를 이끌어 온 건설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건설투자의 GDP 성장기여도는 1.6%포인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6배 높았다. 올해 상반기에도 건설투자는 GDP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GDP 성장의 건설투자 기여도가 지나치게 큰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갑작스러운 SOC 축소 역시 회복중인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 회복 호조세가 최근 들어 꺾이는 추세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R&D의 경우 국가과학기술심의회가 요구한 예산안은 올해 대비 1.3% 증가한 14조 5920억원이다. 4차 산업혁명 대응(+25.6%), R&D 기반 일자리 창출(+20%), 기초연구 확대(+15.6%) 등이 증액 이유다. 내년 정부예산이 7% 가까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증가폭이다. 또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SOC와 R&D·산업 부문에서 예산 7%를 줄이겠다고 밝혔고, 기재부도 예산안을 재조정할 수 있어 요구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의지는 예산에 잘 드러난 반면, 혁신 성장 관련 예산의 존재감은 흐릿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했는지 지난 주 혁신기업 현장에 방문해 기술창업지원프로그램(TIPS) 예산을 두 배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으로 가시적 프로젝트도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예산 편성은 '공짜'가 아니다. 정부의 실질적 재정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내년 2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 10년간의 관리재정수지는 2007년 단 한 차례 흑자를 실현한 후 9년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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