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단체 "양성평등→성평등 개정 반대"…개헌특위 "결정된 것 없다…동성애 이슈 부각 역효과"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종교 단체의 항의 전화와 '문자 폭탄'으로 때 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개헌으로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지 말라"는 항의가 빗발친 탓이다. 한 여당의원은 최근 4000여 통에 달하는 문자를 받았다며, 전화·팩스가 쇄도해 의원실 업무도 마비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보수 종교인들이 '뿔난' 이유는 개헌 논의 과정에서 '성평등 보장'이란 표현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에서는 평등권을 논할 때 남녀로 구분되는 생물학적 성(sex)을 의미하는 '양성평등'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성평등'은 사회적 성, 즉 젠더(gender)를 기반으로 하며 젠더의 종류는 양성, 간성, 무성 등 50개 이상이라는 게 종교 단체의 주장이다.
여당 관계자는 "양성평등의 표현 방법에 있어 성평등 이야기가 나온 건 사실이지만, 동성애·동성혼을 합법화하는 논의까지 진척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개헌 논의 과정에서 그 문제가 그렇게 중요한 이슈가 된 적도 없다"며 "이렇게 할수록 동성애 이슈가 더 뜨거워지는 역효과만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특위 회의에선 헌법 제11조 차별금지 사유에 '지역, 성적지향, 고용형태'를 추가하자는 소수 의견과, 헌법 36조에 명시된 혼인 및 가족생활의 주체를 남녀에서 '개인'으로 전환해 가족 구성원의 다양한 결합을 인정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특위 소속의 야당 의원은 "소위에서 의결한 것도 아니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과정일 따름"이라며 "결정된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개헌특위는 이달 말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특위 관계자는 "문제는 잘못된 생각에 근거해서 낙인찍는 것"이라며 "의사표현은 할 수 있지만 '문자 폭탄'을 보내는 건 의정활동 방해"라고 규정했다.
앞서 '동성애 동성혼 개헌 반대 전국교수연합'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헌특위가 헌법을 개정하면서 개헌안 속에 동성애와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개헌특위가 여성 권익 보호를 내세워 양성평등을 폐지하고 성평등 항목을 신설하는 것은 국민 기만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1일 보수·기독교 진영의 결집을 노린 듯 공식 회의석상에서 종교 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동성애는 하늘의 섭리에 반하는 정책"이라며 "헌법 개정을 하면서 동성애를 허용하려는 시도는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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