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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외형만 보고 어보환수+뒤늦은 공개 ‘허점’ 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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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조사 미흡해 뒤늦게 수습…신뢰도 하락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이 18일 전시 간담회에 참석해 덕종어보에 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문화재청 제공]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이 18일 전시 간담회에 참석해 덕종어보에 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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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문화재청이 어보 환수작업 곳곳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특별전의 의미를 스스로 퇴색시켰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18일 1층 기획전시실Ⅱ에서 지난 7월 한·미 정상회담 때 반환받은 문정왕후어보와 현종어보를 일반에 첫 공개하는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8월 19일~10월 29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날 관심은 덕종어보에 쏠렸다. 같은 날 오전 ‘덕종어보, 알고 보니 친일파가 제작한 짝퉁’ 보도가 나오면서 전시회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곧바로 문화재청은 해명자료를 통해 전시된 덕종어보가 1471년이 아닌 1924년에 재제작한 것임을 밝혔다. 당시에는 어보가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고, 순종의 지시로 왕실에서 정식으로 봉안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보도된 것처럼 친일파가 제작한 가짜도 아니라고 해명했다.

문화재청은 1924년 보도된 신문기사 내용을 사실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일제 강점기 때 왕실 공식기록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기사를 통해 종묘 영녕전 덕종실에 봉안되어 있던 해당 어보가 1924년 어보 다섯 과를 도난당하면서 조선미술품제작소에서 다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에 고궁박물관은 반환된 어보에 대해 과학적 분석을 실시, 덕종어보가 분실 후 다시 만든 것임을 지난해 12월 최종 확인했다. 그러나 8개월 이상 일반에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점에 대해 의혹을 샀다.
김 관장은 “숨길 의도가 없었다. 올 1월 문화재청에 보고했고, 위원회가 열리는 2월에 정식으로 보고하자고 정했다. 당시 문정왕후어보와 현종어보가 곧 돌아온다는 논의가 있었는데 덕종어보와 관련해서는 특별전을 통해 정확한 분석치 등을 함께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덕종어보 [사진=문화재청 제공]

덕종어보 [사진=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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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문화재청은 비파괴 성분 분석과 3D스캔 등 비교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공개했다. 공개된 덕종어보는 아연 함량(10~20%)이 매우 높았다. 김 관장은 “15세기 것으로 판단되는 것들은 10%이내로 아연 함량이 굉장히 낮다. 형태비교에서는 재제작된 것들과 매우 유사했다”고 전했다.

미흡한 덕종어보 반환 절차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주로 외형만을 위주로 절차를 진행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문화재청은 반환을 받고 난 이후에야 과학적 분석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김 관장은 “보통 환수과정에서 감정할 때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외형분석을 위주로 한다. 더욱 상세한 것이 필요하다면 비파괴분석을 하는 것이 맞지만, 환수하면서 그 자료까지 요구하진 않는다. 시애틀박물관 측도 알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측도 분석을 한 뒤에 알았다. 감정할 때 비교자료를 참고하는데 박물관이 보유한 어보 석 점이 그와 유사한 형태였다”라고 했다.

문화재청은 비록 일제강점기에 만든 것이지만, 제작 경위와 제작처를 알 수 있고, 왕실의 전통을 유지한 공예품으로 손색이 없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현전하는 유일한 덕종의 어보로 의미가 크다는 데 의의를 뒀다.

마지막으로 김 관장은 “종묘에 안치되었던 어보를 지키지 못한 점이 아쉽다. 재제작한 것조차도 혼란기에 분실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관련 사항들은 문화재청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다시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덕종어보는 조선 제 9대왕 성종의 아버지 덕종의 어보로 성종이 즉위한 후 왕세자의 신분으로 승하한 아버지 의경세자를 ‘온문의경왕(溫文懿敬王)으로 추존하면서 제작한 것이다. 한국전쟁 중 유출되었다가 1962년 미국의 토마스 스팀슨 여사가 뉴욕에서 구입해 이듬해 시애틀미술관에 기증됐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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