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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억겁이 빚은 바위곡선, 회색물결 춤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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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주천강~법흥계곡 따라 가는 늦더위 여정-요선암 돌개구멍, 법흥사, 계곡천렵 등

주천강에 자리한 요선암 돌개구멍은 억겁의 세울이 빚은 바위곡선들이 춤을 추듯 물결을 이루는 모습이 장관이다. 그 모양새가 어찌나 이쁜지 '신선이 놀 만한 바위'라는 '요선암' 이름도 얻었다.

주천강에 자리한 요선암 돌개구멍은 억겁의 세울이 빚은 바위곡선들이 춤을 추듯 물결을 이루는 모습이 장관이다. 그 모양새가 어찌나 이쁜지 '신선이 놀 만한 바위'라는 '요선암' 이름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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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인 법흥사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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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인 법흥사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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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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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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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천강 천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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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흥계곡 남강캠프 아래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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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여행전문 조용준기자 ]강원도 영월에는 술이 솟아났다는 바위샘이 있습니다. 주천강에 발을 담근 망산의 바위 아래에 위치한 술샘(酒泉)에서는 양반이 잔을 대면 청주가, 천민이 잔을 놓으면 탁주가 솟아났다고 합니다. 옛날 한 천민이 양반옷을 입고 청주를 기다렸으나 탁주가 솟아나자 화가 나 술샘을 부숴버렸습니다. 이 후 샘에서는 술 대신 맑은 물이 솟아나 주천강으로 흘러들었다고 합니다. 이 주천강변에는 세월이 빚은 자연 조각품인 돌개구멍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강을 따라 흘러내린 자갈과 모래가 화강암에 구멍을 내고 오목해진 부분에 물의 소용돌이가 휘돌아가면서 만들어낸 신비로운 바위들입니다. 빛에 따라 바위의 곡선은 춤을 추기도 하고 다양한 형상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 모양새가 얼마나 빼어났던지 신선이 놀만한 바위라는 의미로 요선암(邀仙岩)이란 이름도 얻었습니다. 막바지 여름, 주천강변을 따라 법흥계곡으로 이어지는 명소를 찾아 늦여름 여정을 다녀왔습니다.

주천강은 강원도 평창과 횡성의 경계에 위치한 태기산 남쪽 골짜기에서 발원했다. 운학천과 엄둔천을 만나 강폭을 넓힌 주천강은 법흥계곡과 합류하는 무릉리에서 크고 작은 구멍이 뚫린 너럭바위를 두루마리 그림처럼 펼쳐 놓는다. 시조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로 유명한 조선 중기의 문인 양사언은 평창군수 시절에 이 너럭바위를 요선암(천연기념물 제543호)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주말 요선암을 찾아가는 길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술샘에서 주천교를 건너면 한우고기 마을인 다하누촌으로 유명한 주천면 소재지이다. 이곳에서 천렵을 즐기거나 다슬기를 잡는 피서객들로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리는 주천강을 거슬러 오른다. 호야지리박물관을 지나 옥수수밭과 소나무 뿌리가 드러난 오솔길을 걸어 야트막한 야산을 넘어야 요선암이 나온다. 솔향 그윽한 야산 정상에는 숙종의 어제시가 걸려있는 요선정(邀僊亭)이 있다.

요선정은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정자로, 그 옆 흔들바위에 새긴 고려시대 마애불 하나가 눈길을 끈다. 흔들바위 아래로 주천강이 구절양장 흐르고 바위절벽 끝에서는 잘 생긴 소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다. 놀랍게도 소나무는 갈라진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바람에 날아온 흙먼지를 자양분으로 삼아 오랜 세월을 독야청청하고 있다.

오솔길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요선암은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다. 흐르는 물이 수만 년 세월 동안 화강암의 피부를 매끈하게 연마했기 때문이다. 요선암은 돌개구멍이 있는 너럭바위와 주변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맑은 강 속에 크고 하얀 바위가 200m에 걸쳐 넓게 깔려 있다. 요선암이 동해의 무릉반석과 다른 점은 너럭바위 표면에 돌개구멍이 무수하게 패어 있다는 것이다. 포트홀(Pot Hole)로 불리는 돌개구멍은 '속이 깊고 둥근 항아리 구멍'이라는 뜻이다. 학자들은 하천에 의해 운반되던 자갈 등이 오목한 모양의 너럭바위에 들어가 소용돌이치는 강물과 함께 회전하면서 내부를 마모시켜 항아리 모양의 구멍이 생긴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이런 돌개구멍들이 만들어질까?
돌개구멍은 손바닥에서 욕조까지 크기가 다양할 뿐 아니라 모양도 하트형, 원형, 반달형, 타원형, 쉼표형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으로 발달해 기괴한 모양을 연출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을 수주면이나 주천면에서 보낸 사람들에게 요선암은 추억의 놀이터이자 단골 소풍 장소였다. 거울처럼 맑은 주천강에서 물장구를 치고 놀던 벌거숭이들은 고기도 잡고 다슬기도 주웠다. 그리고 입술이 파래지면 돌개구멍에 고인 따뜻한 물속에서 몸을 녹이던 유년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돌개구멍의 잔잔한 수면은 주천강의 풍경을 담아내는 거울이기도 하다. 맑은 날에는 푸른 하늘을 담고, 흐린 날에는 하얀 하늘을 담는다. 요선암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이른 새벽이나 노을 지는 저녁이 좋다. 햇빛 양이 빠르게 변하는 새벽이나 석양에는 요선암을 이루는 바위 하나하나가 차례로 조명을 받아 제각기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보인다. 어찌 보면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바위 곡선은 여인의 춤사위처럼 꿈틀대며 요동치기도 한다.

주천강변을 따라 상류로 오르면 법흥계곡이다. 신라 자장 율사가 세운 천년 고찰 법흥사가 있다. 부처의 진신사리가 봉안돼 있다는 한국 5대 적멸보궁 중 한 곳이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돌아와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 영취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등에 부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마지막으로 흥녕사란 절을 세운 후 진신사리를 봉안했다. 이후 번창하던 절은 화재로 소실돼 근 천년을 명맥만 유지해 오다 1902년에 중건해 법흥사로 이름을 바꿨다.

이곳에는 금강 소나무 숲이 울창해 천연기념물인 까막딱따구리가 서식하는 등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다.

법흥사 뒤를 받쳐주는 산이 사자산이다. 앞쪽에서 보면 사자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는데 산 아래에 절집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앞으로 법흥계곡이 흐른다. 계곡을 따라 오토캠핑장이 몰려있다. 남강캠프를 비롯해 법흥계곡의 여러 캠핑장은 국내에서도 오토캠핑지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막바지 여름, 계곡물 시원한 캠핑장에서 여름을 마무리해도 좋을 듯하다.

영월=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만리]억겁이 빚은 바위곡선, 회색물결 춤 춘다 원본보기 아이콘
 
◇여행메모
▲가는길=
중부고속도로, 제2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가다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신림 IC를 나와 신림 주천 방면으로 가면 주천면 소재지와 요선암으로 갈 수 있다.

▲볼거리=어린 왕 단종의 꿈과 한이 서린 청령포와 장릉이 있고 방랑시인 김삿갓의 묘와 생가도 있다. 선돌, 어라연, 한반도 지형, 별마로천문대, 고씨동굴, 동강 등 명소가 넘쳐난다. 박물관의 고장이기도 하다. 책박물관, 라디오스타박물관, 곤충생태박물관, 동강사진박물관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먹거리=읍내에는 유명한 곤드레밥 식당이 많다. 산나물에 밥과 함께 쪄서 나오는 곤드레밥은 양념장으로 비벼먹으면 입안에 맴도는 산나물 향이 그만. 장릉 옆 골목의 장릉보리밥집과 장릉손두부 등도 별미. 또 성호식당의 다슬기해장국과 상동식당의 막국수 맛도 인기다. 주천의 다하누촌은 저렴한 가격에 한우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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