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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노점상의 눈물④]포장마차 찾아 삼만리…"불볕더위에 휴가갔죠"

최종수정 2017.08.14 07:57 기사입력 2017.08.14 07:30

연이은 폭염에 포장마차도 '여름휴가'
일부 포장마차 문 열었지만, 단골손님만 찾아
열대야에 실내주점으로 옮겨간 애주가들
포장마차, 값비싼 가격도 외면 요인


11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염리초등학교 인근 포장마차 거리가 비어있는 모습. 염리동 포장마차들이 이주 여름휴가를 떠났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광복절 황금연휴가 시작된 지난 11일 저녁 서울 마포구 염리동 음식문화거리. 퇴근 후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즐기기 위해 직장인들이 음식점들을 기웃거릴 시간이지만, 무더위가 한창인 탓인지 한산했다. 특히 염리초등학교 앞 들어선 포장마차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인근 염리119안전센터의 소방대원은 "지금쯤 장사준비를 할 시간인데 왜 안보이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염리초교 앞부터 염리119안전센터 앞까지는 해가 어둑해질 무렵부터 새벽까지 포장마차 10여곳이 밀집해 장사하는 '염리 포장마차 거리'가 열린다. 마포와 공덕 지역 직장인들이 퇴근후 가볍게 한잔을 기울이며 추억을 더듬는 공간이다. 하지만 올해는 여름내 불볕더위가 이어진데다 이달 15일 광복절 징검다리 연휴까지 겹치면서 포장마차들이 단체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같은날 여의도 증권거래소 인근 포장마차 거리는 일부 포장마차가 문을 열었지만, 퇴근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인데도 비교적 한산했다. 한 포장마차에선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단골손님 한팀이 닭똥집 볶음과 시원한 맥주로 무더위를 식혔다. 최근 며칠동안 비가 내리면서 밤 기온은 전날보다 한층 시원해졌다. 이 포장마차 주인인 김모씨(68)는 "지난 두달동안 너무 더위 장사가 안됐다"면서 "7월 말부터 15일간 쉬다 화요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30년 넘게 이 곳에서 장사를 했다.
11일 저녁 여의도 증권거래소 인근 한 포장마차 모습

현재 여의도에는 42곳의 포장마차가 영업 중이다. 한 때 100여개가 넘는 포장마차가 호황을 누렸지만, 포장마차 분위기를 재연한 실내포차가 생기고, 단속도 강화되면서 영업을 접은 곳이 상당수다. 김씨의 경우 손맛이 좋아 단골손님이 생기면서 트럭 두 대를 놓고 영업을 확대했지만 구청에서 테이블 6개로 한정하면서 손님이 몰려와도 더 이상 받을수 없다. 김씨는 "단속이 정기적으로 나오지만, 단골손님이 많아 장사는 잘된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해부터는 폭염과 열대야로 최대 성수기인 여름 장사를 접어야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밤 최저기온이 25℃가 넘는 열대야는 7일이었다. 하지만 24℃ 안팎의 밤 무더위는 한달간 계속됐다. 이달 들어서도 8일이나 열대야가 나타났다. 무덥고 습한 날씨 탓에 포장마차의 한여름밤 운치보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시원한 실내로 애주가들이 몰려든 탓이다.
더욱이 과거 포장마차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이 자주 찾았지만, 최근에는 가격도 실내 주점과 비슷한데다 카드결제가 안된다는 불편함도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는 원인이다. 소주와 맥주는한병에 각 4000원이었고, 시그니쳐 메뉴인 닭똥집 볶음은 1만3000원, 우동 6000원, 떡볶이 한접시 1만원, 낚지볶음 2만원 등이었다.
11일 밤 여의도의 한 포장마차에서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천막을 치고있다.

이날 여의도에는 밤이 깊어지면서 한차례 강한 소나기가 뿌렸다. 포장마차에도 갑작스런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손님들이 찾아왔다. 빗물이 사방에서 몰아치면서 포장마차에선 천막으로 빗물을 막기 위한 작업이 벌어졌다. 손님 김현성씨(37)는 "옛날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종종 찾지만 요즘엔 너무 덥고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은 술마시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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