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 임명이 논란 중인 가운데,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학대학 학장이 청와대가 박 본부장으로 과학기술 혁신을 꾀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라고 비판했다.
우 학장은 전날(9일)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회원 169명과 과학기술자 60명이 긴급성명을 통해 박 본부장의 임명 철회를 요구한 과학계 인사이면서 황우석 사태 당시 황 교수와 맞서기도 했다.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우 학장이 출연해 현 사태를 언급했다. 앞서 우 학장은 ‘미쳤다’라는 표현까지 쓰며 박 본부장의 임명을 비판했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박 본부장은) 황우석 그 당시 그 사태의 주역 중에 한 사람”이라며 “(박 본부장은) 연구윤리를 위반한 과학자(황우석)를 정치권에 연결하고 그것을 조율한 주요한 인물이 어떻게 보면 황우석 사태가 그렇게까지 커진 데 한 핵심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본부장 임명을) 정권이 밀어붙인다면, 지금 많은 젊은 과학자들이 정치권에 눈도장만 찍으면 그야말로 20조 이상의 이런 예산을 가지고 한 나라의 과학의 방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입장이 되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할 것)”라며 “이건 철저하게 우리나라의 과학계를 퇴행시키는 것”이라는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우 학장은 이어 박 본부장에게 개인적인 연락을 받은 적이 한 번 있다고 말했다. “촛불 전후. 제가 그건 정확히 시점은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한창 민주당이 전체적인 흐름에서 차기 여권이 될 거는 분명했던 시점에 이 박기영 교수님께서 전화해서 본인은 순수한 마음으로 황우석 사태 때 관여한 거라는 말을 갑자기 뜬금없이 하셔서 굉장히 좀 의외였다”며 “지금 이 상황으로 그렇게 보면 아마 그때 시점에 향후 이런 부분을 분명히 염두에 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박 본부장은 10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이 참석하는 간담회에서 "일할 기회를 주신다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으며 일로써 보답하고 싶다"며 자진 사퇴는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시아경제 티잼 문수빈 기자 soobin_22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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