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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車, 추락 위기]금기어 '해외이전'까지 꺼낸 완성차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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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조집행부의 집회모습<사진=기아차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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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생산거점 두고 해외 비중 늘려온 車업계
-해외이전은 노조·지역·정부·정치권과 국민에 민감한 '금기어'
-기아차 3조원 통상임금 앞두고 "최악의 경우 해외이전 불가피"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국내에 기반을 둔 제조업, 그 중에서도 노동조합이 대체로 강성인 완성차업계의 금기어는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이다. 해외이전이라는 단어는 당장 국내 생산시설에 근무하는 생산직과 생산직 중심인 노동조합,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노동계와 정치권, 정부를 자극하는 단어다. 해외이전을 꺼내는 즉시 노조가 반발하고 지역경제계가 동요할 수 밖에 없는 중대 이슈다. 삼성전자의 가전사업장의 국내 철수와 해외이전에 따른 광주·전남지역의 패닉(충격)이 그랬다.

이 때문에 완성차업계는 그동안 국내 사업장은 유지하면서도 미국,중국,인도,멕시코, 동유럽 등지로 해외 생산거점을 늘려왔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이어서 국내에서 생산해 자동차전용 선박을 통해 수출하는 것보다 현지 생산과 현지 판매가 더욱 유리하다. 중국과 인도, 멕시코, 동유럽 등지는 국내보다 인건비가 훨씬 저렴하다. 현지 정부의 감세혜택도 크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국내서 현지로 수출해도 관세가 없지만 무관세혜택보다는 인건비 등 경상비가 줄어드는 게 비용적으로 더 크다.
실제로 민주노총 금속노조산하 현대자동차지부에 속한 모비스위원회가 공개한 현대기아차 직군별 평균연봉을 보면 사원급은 현대차가 7500만원, 기아차가 7400만원으로 100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대리급(현대차 8500만원, 기아차 8500만원)은 같았다. 과장(9500만원, 9300만원), 차장(1억1200만원, 1억1000만원), 부장(1억2300만원, 1억2100만원) 등으로 가면 현대차쪽이 200만원이 더 높다. 생산직도 적지 않은 연봉을 받는다. 2교대직은 현대차가 9900만원, 기아차가 9100만원. 판매직은 현대차 9600만원, 기아차 9500만원이다.

미국의 경우 현대기아차의 자동차생산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의 경우 최저임금 가이드라인 자체가 없다. 뉴욕주나 캘리포니아주처럼 잘 사는 지역이 아니다보니 최저임금 규정이 없다. 임금 자체는 낮은 수준이지만 각종 의료·사회보험 등 보험과 복지제공 등을 포함하면 국내 사업장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노조가 있다고 해도 노조가 아직까지는 사측과 대립과 갈등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택한다.
기아차 조지아공장의 내부모습<사진=기아차>

기아차 조지아공장의 내부모습<사진=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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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완성차업계가 기아차의 통상임금 이슈를 계기로 해외이전이라는 금기어를 공개적으로 내뱉었다. 현대기아차와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5개 완성차 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0일 '통상임금에 대한 협회의 입장' 성명에서 "기아차가 통상임금 판결로 약 3조 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질 경우 회사 경쟁력에 치명타를 줄 것"이라면서 "통상임금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현실화되면 인건비 부담이 낮은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내 자동차생산의 37%를 차지하는 기아차의 경영·경쟁력 위기가 1·2·3차 협력업체로 전이되고 같은 그룹 현대차까지 위기를 맞을 것으로 우려했다. 또한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의 인건비 상승, 법적 쟁송 남발 등이 이어져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생태계적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여기에 기술 개발과 미래 자동차 경쟁력을 위한 투자도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들의 1차 호소대상은 재판부지만 노조와 정치권,정부, 국민에도 향해있다. 이들은 "자동차 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의 13.6%, 고용의 11.8%, 수출의 13.4%를 담당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며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해 일자리 보존과 창출에 계속 기여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임금 사안의 실체적 진실과 자동차 산업과 기업들이 당면한 위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상임금에 관한 사법부의 판결에 이뤄지기를 간절히 요청한다"고 했다.
자동차부품업계 관계자들이 9일 모여 사드, 통상임금 등 이슈에서 오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앞줄 왼쪽부터 자동차조합 고문수 전무이사, 유라코퍼레이션 엄대열 대표이사, 덕일산업 유기덕 대표이사, 한국자동차산업학회 김수욱 회장(서울대 교수), 자동차조합 신달석 이사장, 진합 이영섭 대표이사, 동보 김재경 대표이사, 선일다이파스 김영조 대표이사, 대원강업 허승호 대표이사, 코리아에프티 오원석 대표이사, 오토 김선현 대표이사

자동차부품업계 관계자들이 9일 모여 사드, 통상임금 등 이슈에서 오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앞줄 왼쪽부터 자동차조합 고문수 전무이사, 유라코퍼레이션 엄대열 대표이사, 덕일산업 유기덕 대표이사, 한국자동차산업학회 김수욱 회장(서울대 교수), 자동차조합 신달석 이사장, 진합 이영섭 대표이사, 동보 김재경 대표이사, 선일다이파스 김영조 대표이사, 대원강업 허승호 대표이사, 코리아에프티 오원석 대표이사, 오토 김선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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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70여 개 자동차부품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과 한국자동차산업학회,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은 9일 공동명의로 '3중고에 휘둘리는 위기의 자동차부품산업계 호소'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자동차산업 위기 타개를 위해 관계 기관 등에 지원을 호소하기로 긴급 결의했다. 이들은 "완성차 매출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부품을 생산ㆍ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 역시 매출 감소, 가동률 저하 등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기아차가 창출한 경제적 가치는 2015년 기준 52조1749억원에 이른다. 여기서 협력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83.3%, 금액으로는 43조4460억원에 달한다. 나머지 16.7%, 8조7288억원은 부가가치다. 경제적 가치는 매출액과 기타수익을 합한 금액에서 기타비용과 감가상각비의 합계를 뺀 금액을 말한다.

기아차의 성장과 함께 협력사의 외형과 내실도 건전해졌다. 2001년의 경우 기아차 협력사의 절반이 넘는 61%가 매출액 500억원 미만이었다. 1000억원 이상은 21%에 불과했고 500억∼1000억원은 18%였다. 2015년에는 매출 1000억원 이상 협력사 비중이 21%에서 59%로 38%포인트가 급증했다. 반대로 매출 500억 미만은 25%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협력사 평균 매출액은 7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270%증가했다. 자산은 5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431%증가했다. 부채비율은 152%에서 115%로 37%포인트 감소했다. 기아차가 미국, 중국,멕시코 등 해외로 진출하면서 협력사의 동반진출규모도 2001년 40개 사에 불과하던 것이 2015년 현재 700개 사로 증가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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