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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제이우스가 보았던 시저의 낙원

최종수정 2017.08.11 03:00 기사입력 2017.08.10 10:57

맷 리브스 감독 '혹성탈출: 종의 전쟁'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스틸 컷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의 '혹성탈출(1968년)'에서 조지 테일러(찰턴 헤스턴)는 닥터 제이우스(모리스 에반스)를 밧줄로 묶고 유인원 사회에서 탈출한다. 오른 어깨에 장총을 메고 말에 올라타 경고한다. "쫓아올 생각 마시오. 난 명사수요." "평생 자네를 기다리면서도 죽음처럼 두려워했지." "처음부터 두려워한 건 나였는데. 나를 두려워하면서 증오했다니, 왜죠?" "인간이니까."

오는 15일 개봉하는 맷 리브스 감독(51)의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제이우스가 왜 인간을 경계하는지 보여준다. 과학자들이 만든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 때문에 유인원은 나날이 진화하는 반면 인간은 지능을 잃고 퇴화한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유인원의 리더 시저(앤디 서키스)는 인간과의 공존을 꿈꾼다. 하지만 인간군 대령(우디 해럴슨)에게 가족과 동료를 잃고 분노한다. 자유와 새로운 터전을 위해 전쟁을 선언하며 외친다. "유인원은 뭉치면 강하다."

영화 '혹성탈출' 스틸 컷

공동체의식을 유발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외부 집단과의 적대감이다. 평소에 서로 충돌하던 구성원들 사이에 단결을 이끌어낸다. 동물원에서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야생 침팬지 사이에서는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인간 사회도 다르지 않다. 진화 과정에서 이 적대감이 도덕성을 출현시키는 단계까지 내부 집단의 단결을 높였다. 유인원처럼 주변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데 그치지만, 공동체의 가치와 개인의 이해를 뛰어넘어야 했던 선례를 통해 명백한 교훈을 얻었다.

인간군 대령은 그렇게 형성된 인간성을 저버린다. 부하들을 모아놓고 "인류를 구하기 위해선 스스로 인간임을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고 역설한다. 진화하는 유인원이 언젠가 인간을 지배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서다. 유인원들은 그가 일으키는 조직적이고 냉혹한 살상에 위협을 느낀다. 그들도 세력권을 중시하며, 외부인의 삶을 자기 집단 사람보다 덜 소중하게 여긴다. 이 집단주의와 혐오는 고도로 발달된 과학과 결합돼 인간처럼 폭력성이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증폭될 수 있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틸 컷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에서 호미니드(인류를 포함하는 직립 보행 영장류)들의 싸움은 이 지점을 정확히 관통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호미니드가 가족을 지키는 모습에서 선이라는 개념을 부각시키면서도, 얼룩말의 넓적다리뼈로 잔혹하게 내리치는 행동으로 폭력성을 강조한다. 이 호미니드는 승리의 기쁨에 도취돼 무기를 공중으로 높이 던진다. 무기는 수천 년이 지나 궤도를 도는 우주선이 된다.

혹성탈출의 제이우스는 그 사이 인간이 치른 희생의 대가를 알고 있다. 테일러에게 차근차근 설명한다. "인간은 지혜와 무지가 공존하는 생명체로, 감정에 지배받아 자신과도 싸우는 호전적인 동물이지." "어떻게 인간에서 원숭이로 진화한 행성이 됐지? 대답을 안 해주면 직접 찾아 나서겠어." "원하는 걸 찾으면 실망하게 될 거야." 그는 테일러를 보내고 부하들에게 인간의 흔적이 발견된 동굴을 봉쇄하라고 지시한다. 지라(킴 헌터)와 코넬리우스 박사(로디 맥도웰)가 과학의 미래를 걱정하며 만류하지만 담담하게 말한다. "내가 책임지겠네."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스틸 /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제이우스는 테일러가 마주하게 될 이기적이고 이타적인 인간의 초상을 경계했을 것이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는 제이우스의 조상일 수 있는 시저가 이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시리즈의 전편인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년)'에서 인간과의 공생에 반대하는 코바(토비 켑벨)와 갈등을 겪었다. 이 관계는 권력에 굶주리고 폭력적인 침팬지와 평화를 사랑하고 호색적인 보노보처럼 대조적이다. 인간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이 두 가지 성격이 불안하게 결합돼 있다. 침팬지가 우리에게 씌어진 악마의 얼굴이라면, 보노보는 천사의 얼굴이다.

시저는 침팬지지만 인간처럼 사고하고 말하면서 후자를 지향한다. 기어코 차오르던 분노를 억누르고, 순수한 소녀 노바(아미아 밀러)와 여정을 함께 한다. 그 끝은 또 다른 노바(린다 해리슨)와 함께 하는 테일러처럼 절망적이지 않다. 제이우스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낙원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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