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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부동산 투기꾼과 국세청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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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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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재인 정부가 국세청을 앞세워 부동산 투기꾼(다주택자)과 일전을 벼르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8·2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양도소득세 세율을 현행보다 10%포인트 높게 부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부동산 투기꾼과 맞서 싸워 국세청이 완승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세금을 내고도 남는 돈이 근로소득자나 자영사업자 등 그 어느 업종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통한 공격이 휘몰아칠 때 잠시 지하로 피신할 뿐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부동산 사유제가 존재하고 사적 이익 추구가 보장되는 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동산 투기를 근원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이런 점이 부동산 이익을 모두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지대조세제도(Land Rent Taxation)’가 현실에서 겉돌게 하는 이유다.

사실 지금도 부동산 투기꾼들의 속마음은 정부 대책에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역대급 강력한 부동산 세금 정책도 정권이 바뀌면서 경기 활성화란 명목 아래 완화되거나 심지어 비과세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어느 경제부총리는 빚을 내어서라도 집을 사라고 권유를 하지 않았던가. 이게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동산 불패의 배경이다.

솔직히 말해, 국세청은 부동산 투기꾼과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국세청의 전공은 세금을 걷는 곳이지 부동산 투기를 잡는 곳은 아니다. 서로 노는 마당이 다르다. 역설적이지만 부동산 투기자가 많을수록 국세청 세수입은 늘어간다.

부동산 투기방지는 주택 공급 확대 등 부동산 시장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수많은 정부의 대책과 조치가 실패로 돌아간 것은 높은 이상에 집착한 나머지 정치적 저항과 관리기술상의 마찰을 경시하고 조급하게 밀어붙인 결과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꾼들을 혼쭐내려고 한다. 하지만 세무조사라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를 조자룡의 헌 칼 휘두르듯 해서는 오히려 부동산 투기꾼들의 내성을 키우기 십상이다.

국세청 조사 인력도 충분하지 않고, 당장 부동산 투기꾼 모두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할 근거 규정을 찾기가 마땅치 않다(국세기본법 제81조의 6 제2항 및 제3항). 어찌어찌 해서 일단 세무조사가 시작돼 부동산 취득자금의 뿌리를 캐다 보면 상속세나 증여세 등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나 불법 전매자를 발견할 수도 있다(사실 이 점이 부동산 투기꾼들로 하여금 세무조사를 겁내게 한다).

하지만 세무조사는 그 대상자에게만 효력이 있을 뿐 나머지 잠재적인 투기자에게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다. 이런 점에서 세무조사의 한계가 있다.

근원적으로 부동산 투기 방지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를 통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도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보유세 일종인 ‘누진적 자본세’도입을 주장을 하고 있다.

보유세 강화는 마치 휴전선 철책처럼 부동산 투기꾼이 건전한 부동산 시장에로의 접근을 차단하는 순기능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득불 휴전선을 넘어오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국세청이 세수확보를 위해 이미 치밀하게 쳐놓은 그물망에 걸려든 꼴이 된다. 형사처벌이 가능한 조세포탈 혐의도 수두룩할 것이다. 이는 마치 기요틴에 스스로 목을 내민 경우와 같다. 이 싸움에는 국세청에 승산이 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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