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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읽다]"엘니뇨 비극, 통가를 가다"

최종수정 2017.08.10 11:03 기사입력 2017.08.10 11:03

해수면 상승, 산호초 백화 현상 등 기후변화 직접적 피해

▲통가타푸에서 볼 수 있는 블로우 홀. 거센 파도와 물기둥이 장관을 이뤘다.

[누쿠알로파(통가왕국)=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올해 우리나라에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폭우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점점 아열대 기후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구 전체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중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나라 전체가 수몰 위기에 빠진 국가도 있다. 기후변화는 이제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극복해야 할 '국제 공조 사업'으로 떠올랐다. 아시아경제는 2015년 [북극을 읽다], 2016년 [남극을 읽다]에 이어 올해 기후변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남태평양 도서 국가를 8월1일부터 10일까지 방문한다. [기후변화를 읽다]를 연재한다. 피지, 투발루, 통가를 현장 취재하면서 기후변화의 현재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매일매일 뜨는 해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 남태평양 중부에 자리 잡고 있는 통가왕국(Kingdom of Tonga)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지도를 보면 통가는 날짜 변경선에 거의 붙어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4시간이 앞섭니다. 지구촌에서 새로운 날에 떠오르는 태양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나라입니다.

▲비행기 안에서 보이는 통가타푸. 통가왕국의 가장 큰 섬이다.

통가왕국도 이런 점을 굳이 강조하고 싶은 것인지 자신들이 만든 '이칼레(IKALE)'라는 맥주에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맛보는 맥주(First Beer in the World)'라는 문구를 써 놓았습니다.

지난 7일 피지의 수도 수바에서 통가를 간다고 하니 택시 운전사가 "통가는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수바에서 약 2시간 50분 비행 끝에 7일 오후 3시30분쯤 통가의 푸아아모투(Fuaamotu)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강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강하게 훑고 지나갔습니다. 바람이 많은 나라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통가왕국은 한때 남태평양을 주름잡았던 나라입니다. 피지는 물론 사모아까지 지배했습니다. 피지 사람들은 이 때문인지 "통가 국민들은 덩치가 매우 크고 거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통가인들을 보면 덩치가 조금 크기는 한데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는 않았습니다.

이 같은 통가왕국이 최근 기후변화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통가는 2014년 엘니뇨로 심각한 가뭄이 엄습해 혹독한 대가를 치렀습니다. 또 해수면 상승에 따른 작은 섬의 수몰 등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강력한 사이클론도 찾아옵니다.
해발고도가 2.2m에 불과한 투발루만큼 절체절명의 위기는 아닌데 통가 역시 해발고도가 수십m에 불과해 언제든 해수면 상승에 따른 수몰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통가의 모누아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고 있는 현상을 통가 신문이 보도했다.[사진제공=Matangi]

◆통가왕국의 입체적 기후변화 비극=2014년 통가왕국에 강력한 사이클론 '이안(Ian)'이 휩쓸었습니다. 폭발적이었던 '카테고리 5등급'이었습니다. 당시 하아파이(Haapai) 섬에서 입은 피해를 보여주는 사진은 통가왕국 기후변화의 현재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지붕이 날아가고 나무들이 길거리 곳곳에 뽑힌 채 서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에 해수면 상승도 위협적입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모누아페(Monuafe)'라는 작은 섬은 실제 사라졌습니다. 통가 온라인 매체인 마탕기(Matangi)는 2014년 10월 특별한 한 장의 비교 사진을 보도했습니다.

25년 전에는 여러 해양 생물들이 건강하게 살고 있었던 모누아페가 지금은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사진이었습니다. 모누아페는 통가왕국의 수도 누쿠알로파 해변을 따라 서 있는 작은 섬의 하나였습니다. 크기는 0.3㎢에 불과했습니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급격한 침식 등으로 이제 모누아페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 상황입니다.

▲푸아아모투 국제공항.

◆통가에는 산이 없다=푸아아모투 공항에서 통가의 수도 누쿠알로파(Nukualofa)까지는 승용차로 약 30분 정도 거리입니다. 누쿠알로파는 통가의 가장 큰 섬인 통가타푸(Tongatapu)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는 거리 풍경은 온통 평평한 땅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산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통가타푸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이 60m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렇다 보니 36개의 유인 섬으로 이뤄져 있는 통가의 경우 해수면 상승에 따른 수몰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미 해발고도가 낮은 몇 개의 작은 섬의 경우 통가인들은 삶의 터전을 포기했습니다. 그곳을 버리고 이주한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2014년 엘니뇨를 기억하다=통가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위협과 함께 2014년의 엘니뇨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엘니뇨는 페루 부근 태평양 해수 온도가 이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통가의 한 시민이 아이와 함께 바닷가를 산책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미에는 홍수를, 호주와 통가왕국 등에는 가뭄을 불러옵니다. 통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면 기후변화와 관련해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하나같이 '2014년 엘니뇨'였습니다. 이때 심각한 가뭄이 통가왕국을 덮치면서 전체 농산물이 큰 피해를 봤습니다.

당시 통가의 주요작물 중 하나였던 스쿼시(단호박의 일종)의 경우 70% 생산량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2014년 통가는 가뭄에 상대적으로 강했던 '카사바'라는 또 다른 뿌리식물만 먹었다고 합니다.

◆통가, 농업다양성에 집중하다=통가는 2014년의 엘니뇨 경험으로 지난 3년 동안 농업 적응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가뭄이 오더라도 하나의 작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게 목적입니다.

실제 통가타푸에 있는 농장을 방문했는데 그곳에는 키가 큰 코코넛과 함께 타로, 얌 등을 함께 재배하고 있었습니다. 엘니뇨는 앞으로 다시 찾아올 수 있다고 통가정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2014년의 비극'을 잊지 않고 나름의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통가에서는 코코넛과 함께 얌, 타로 등을 재배한다.

◆작은 섬들이 잠기고 있다=통가왕국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섬 왕국'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섬은 약 36개에 이릅니다. 무인도까지 합치면 약 150개가 넘습니다. 이들 섬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잠겨들고 있습니다. 이미 작은 유인 섬의 경우 현재 10% 정도의 육지가 잠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앞으로 20년 동안 해수면은 더 높아져 약 30~40% 가량의 육지가 사라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통가 국토부의 타아니엘라 쿨라(Taaniela Kula) 국장은 "통가의 가장 큰 섬임 통가타푸의 해변 길을 따라 가다보면 작은 섬들을 많이 볼 수 있다"며 "현재 통가의 작은 섬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잠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970년대까지는 문제가 없었는데 1980년대 이후 해수면 상승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니 지역에서 신용희(왼쪽), 김광형 박사가 강수량 측정장치를 교체하고 있다.

◆韓, 통가지원에 나서다=현재 통가에는 우리나라 APCC(APEC 기후센터)가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크게 세 개 분야입니다. 농업정보시스템화, 토양수분 등 기후정보제공, 지하수 측정 등입니다.

아직 통가 정부는 농업 정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가 없습니다. APCC에서 통가농업정보시스템(TAIS, Tonga Agricultural Information Service)을 구축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인트라넷으로 농산물 수출입 정보, 가격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광형 박사는 최근 통가 농업정보시스템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통가 농림부에 설치돼 있는 관련 서버 .
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김광형 APCC 박사는 "TAIS를 통해 통가정부는 농업 정보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종합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통가정부가 현재의 농업 상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통가에 머물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신용희 APCC 박사는 통가의 토양분석과 수분함량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신 박사는 "토양의 수분측정 센서를 통해 현재 어느 정도의 수분이 있는지 원격으로 측정할 수 있다"며 "몇 년 동안의 데이터가 쌓이면 가뭄 등 환경변화에 따라 미리 대비할 수 있고 농산물이 안정적으로 재배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광형, 신용희 박사와 함께 통가타푸에 있는 바이니(Vaini) 지역의 실험 농장을 찾았습니다. 그곳에는 강수량을 측정할 수 있고 땅에 센서를 설치해 수분 함량을 알 수 있는 장비가 있습니다. 센서가 문제를 일으켜 수리에 나섰습니다.

▲통가타푸의 유명한 곳 중의 하나인 '블로우 홀'

김 박사는 "통가는 현재 중국과 일본이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중국은 통가의 정부청사를 짓고 있고 일본은 통가의 국내 항구를 건설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통가 지역에 중국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이미 통가 상권은 중국인들이 장악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였습니다.

◆통가타임과 블로우 홀(Blow Holes)=통가인들에게 따라붙는 별칭이 하나 있습니다. '코리안 타임'과 비슷한 '통가 타임'입니다. 이들은 약속시간에 제 때 나타나는 법이 별루 없다고 합니다.

대부분 20~30분 늦은 것은 보통이고 아예 미팅이 이뤄지지 않는 날도 많습니다. 몇 년 동안 통가를 찾아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김광형 박사는 통가인들은 대부분 느긋한 성격이라고 전했습니다.

▲싱싱한 코코넛 열매가 통가의 한 농장에서 익어가고 있다.

통가타푸에서 유명한 곳 중의 하나는 '블로우 홀(Blow Holes)'입니다. 고래가 물을 힘차게 뿜어내듯이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면서 바위에 부딪혀 솟아나는 물기둥을 말합니다.

통가타푸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이곳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수㎞에 걸쳐 뻗어 있는 곳에서 한꺼번에 파도가 부셔져 물기둥이 솟아오르는 장면은 장관이었습니다.

블로우 홀은 강한 바람과 거센 파도가 결합해 만든 경이로움이었습니다. 거침없이 파도는 바위를 때렸고 바닷가 암석이 부셔질 정도로 파도가 부딪히면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칩니다.

해변을 따라 곳곳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큰 소리를 내며 솟아오르는 물기둥은 자연이 만든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통가타푸의 블로우 홀은 자연이 만들어 낸 최고의 선물이지 않을까 생각됐습니다.

통가의 현재 기온은 약 22도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통가왕국은 지금 겨울입니다. 아침, 저녁으론 쌀쌀합니다. 아름다운 섬으로 구성돼 있는 통가가 기후변화의 위협으로부터 이겨낼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 시작은 전 세계의 관심일 것입니다. 이어 국제적 협력과 공조가 중요합니다.

▲산호초를 보호하자는 주제를 담은 컨퍼런스가 통가타푸 지역에서 개최되고 있다.

8일 오후에 찾은 통가타푸의 타노아(TANOA) 호텔에서는 GEF(Global Environment Facility)가 마련한 '리지투리프(Ridge to Reef, R2R)' 컨퍼런스가 한창 열리고 있었습니다. 'R2R'은 해양 생태계를 감싸고 있는 산호초를 보호하자는 목적입니다.

이들의 외침이 전 세계로 울려 퍼져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이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한 개인의 바람만은 아닐 것입니다.
▲2014년 사이클론 '이안'이 하아파이 섬을 강타했다.[사진제공=깅광형 APCC 박사]


◆통가왕국은?
▲통가의 작은 섬들은 이미 해수면 상승으로 잠겨들고 있다. 항공기에서 본 통가타푸.

통가는 남태평양 중부에 위치하고 있다. 공식 명칭은 통가왕국이다. 수도는 누쿠알로파이다. 약 170개 섬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36개 섬에만 주민이 산다. 통가왕국의 큰 섬은 통가타푸이다. 다음으로 큰 섬으로는 바바우(Vavau), 하아파이(Haapai), 에우아(Eua), 니우아스(Niua's) 등이 있다.

통가왕국의 일요일은 특별하다. 신용희 APCC 박사는 "일요일에 길거리에 가봤더니 상점도 모두 문을 닫고 보이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고 특별한 경험을 전했다.

거리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다. 국왕을 비롯해 통가인 대부분이 교회를 찾기 때문이다. 통가왕국은 기독교가 대부분이다. 인구는 약 10만3000명. 이중 70%가 가장 큰 섬인 통가타푸에 살고 있다.

매년 7월이면 한 달 동안 '농업 축제'가 열린다. 통가왕국의 가장 큰 축제이다. 국왕이 일일이 섬을 방문하면서 그해 가장 잘 된 농산물을 전시해 놓고 축제를 여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곳곳에서 닭과 돼지를 키우는 모습도 보였다. 얌과 타로, 코코넛 등이 주식이다. 통가타푸의 서쪽은 화산섬, 동쪽은 산호초 섬으로 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누쿠알로파(통가왕국)=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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