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리 개념 없었던 과거, 함부로 올라타고 사진찍던 시절 있었어
지난 4일 새벽 1400년 된 국보 제31호 첨성대에 관광객들이 침입했다. CCTV를 통해 첨성대의 벽돌을 밟고 위로 올라가는 것이 찍힌 관광객들은 술에 취한 여대생 3명이었다. 그리고 한 변이 1m인 정사각형 창구에 걸터앉아서 단체 사진과 개인 셀카 등의 기념사진을 찍었다.
◆괴로운 첨성대
예전에는 첨성대를 손으로 만지고 심지어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도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도 첨성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당시에는 학생들 수십 명이 한꺼번에 첨성대에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탱크를 몰고 다닌다는 통에 무너진다는 소문도 돌았던 첨성대 바로 옆에는 도로가 나 있었다.
1962년 국보로 지정되기 전까지 첨성대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정확히 남아있는 기록은 없지만, 국보로 지정된 1962년부터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관리를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첨성대는 차량 진동과 배기가스에 시달렸다. 1990년대까지 관광버스와 대형 화물 트럭이 하루에 200여 대 정도 지나다녔기 때문이다. 이에 차량 진동과 배기가스로 인해 첨성대가 훼손된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1995년에 이르러서 주변 차량 통행이 통제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최근에는 잦은 지진이 첨성대를 괴롭혔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규모 5.8의 지진으로 인해 첨성대의 중심축이 북쪽으로 약 2cm 정도 기울어지고, 상단 정자석 모서리도 약 5cm가 벌어졌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여진까지 발생하면서 정자석은 북쪽으로 3.8cm 더 밀려났다.
첨성대가 훼손된다면 복구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문화재는 일반 건축물의 복구와 달리 일일이 정밀 안전진단을 해 훼손 정도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하는 데만 3000만~5000만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석재문화재인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의 경우에는 해체 수리하는 데 40억 원이 들었다.
◆첨성대 올라간 여대생들은 어떤 처벌 받을까
사람들에게 가장 큰 충격으로 남아있는 문화재 훼손은 지난 2008년에 있었던 숭례문 방화 사건이었다. 이 당시 숭례문 전체가 불에 타 없어졌다. 이에 불을 질러 전소시킨 혐의(문화재보호법을 위반)로 기소된 채모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문화재보호법에 의하면 국가지정문화재(국가무형문화재는 제외)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에 유기징역에 처한다. 전문가들은 첨성대에 올라간 여대생들에게는 위와 같은 중형이 선고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여대생들이 밟고 올라간 벽돌이 훼손됐거나 기울어진 정도가 심해졌다면 숭례문 방화 사건에 준하는 중형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 문화재보호법은 손상이나 절취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재에 낙서를 하는 경우에는 벌금형을 적용한다. 남한산성 성곽과 나무에도 낙서가 빼곡하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겨우 벌금 10만 원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같은 경우에도 첨성대를 얼마나 손상했는가가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 티잼 윤재길 기자 mufrook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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