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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양립불가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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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들어 정부와 정치권에서 국정과제를 추진하면서 재미있는 용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초(超)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해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리는 '증세'가 그랬다. 처음에는 최상위 특정계층에만 타깃으로 한다며 (중산층, 서민, 중소기업에는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핀셋증세'라고 했다.

그러다 '명예과세' '사랑과세' '존경과세'라는 말로 바뀌었다. 증세에 대한 거부감과 저항을 달래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금을 더 내야 할 기업과 개인에는 여전히 '증세'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나마 박근혜정부 시절의 '거위털'에 비하면 약하다. 2013년 조원동 당시 경제수석은 소득세 인상 대신 공제를 줄이는쪽으로 증세를 추진하며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이라고 말했다가 전국민의 반발을 샀다. 결국 세법개정안을 다시 수정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박근혜정부 '창조경제'가 '모호성'에 기반을 두었다면 문재인정부의 일련의 정책과 대책을 보면 '양립불가(兩立不可)'가 떠오른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엘리트만 모이는 기획재정부가 이론적으로, 방법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에는'세금주도 성장론'으로 들린다. 세금이 늘어나려면 성장을 해야 하는데 세금으로 성장한다는 말은 주객이 전도된 말이다.

어떤 정책도 규제일변도나 진흥일변도에서 성공할 순 없다. 규제와 진흥, 수요와 공급 등이 적절하게 조합이 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지만 정부와 여당에서 (중국과 미국 등 경쟁국들이 모두 경쟁적으로 풀고 있는) 서비스, 원격의료, 드론, 핀테크 등의 규제를 풀겠다고 앞장서는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규제개혁에 목숨을 걸었던 박근혜정부시절에 나온 푸드트럭, 자동차튜닝은 여전히 규제에 발이 묶여있다. 카카오뱅크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정책 때문에 시작부터 한계를 드러내는 것도 규제와 진흥의 불균형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에 놀랐지만 은행들은 다른 걱정을 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말하는 '생산적ㆍ포용적 금융'이라든지 "빚 권하는 사회'에서 빚 굴레 벗어나는 사회로"라는 말도 금융사에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말이다. 금융에 대한 국가 개입이나 간섭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이용될 수 있다. 8월 2일 발표된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두고도 정부가 공급대책보다는 수요대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당장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장과 분배, 수요와 공급, 규제와 진흥 모두 어느 하나만 떼서 생각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어떤 정책이든 작용도 있고 반작용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균형이 잡혀야 반작용을 떠나 부작용을 줄여나갈 수 있다.


이경호 산업부 차장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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