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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착한 기업이 당연해지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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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근 토요일과 일요일 밤 9시마다 본방 사수를 외치게 했던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이 종영했다. 단순 살인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검찰은 물론,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재벌까지 얽힌 거대 비리가 파헤쳐지는 모습은 출연배우들의 열연과 어우러져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마지막 회에서 밝혀진 살인사건의 배후는 검사 출신으로 검사장을 거쳐 청와대 민정수석이 된 인물이었다. 그는 유서에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부정부패가 해악의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이제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 나의 이것이 시작이길 바란다"면서 스스로가 악으로 악을 처단하는 '괴물'임을 밝혔다.
이 드라마 속에서 모든 악의 온상은 재벌기업이었고 수장인 '회장님'이 악의 축이었다. 이 재벌 회장님은 갖은 뇌물과 향응으로 공직자들을 옭아매 자신의 수족으로 삼았고, 자신의 뜻에 반하는 인물은 누명을 씌워 무너뜨렸고 수하 직원에게 살인 지시조차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드라마 속 사회현상들이 지금의 우리 현실과 닮아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최근 불거졌던 여러 재벌 기업들의 갑질 논란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치킨 프랜차이즈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의 창업주는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되며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국내 대표적인 여성기업인으로 꼽히던 이도 하도급업체 갑질 논란으로 대표이사 자리를 내놨고,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의 회장은 가맹점주를 상대로 한 갑질과 사익 추구로 구속됐다.
특히 대산F&B 의 경우 지난달 25일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현재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MP그룹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MP그룹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3월 말 기준 1만813명으로 총 2596만6254주(32.13%)를 보유하고 있다. MP그룹 주식이 거래가 정지된 지난 25일 종가가 1315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개인 투자자 1인당 평균 315만7000원씩 물린 셈이다.

국내 대표 제약업체 종근당 의 경우 회장이 운전기사에게 폭언을 퍼붓는 녹취가 공개되자 주가가 하락했다. 종근당의 주가는 녹취 공개일인 지난달 14일 전일 대비 3.36% 내린 11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복직한 직원을 화장실 앞에서 근무하게 했던 휴스틸 주가는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5% 이상 빠졌다.

갑질 논란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가 하락한 사건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남양유업 이, 대한항공 이 그랬다. 남양유업의 경우 2013년까지만 해도 100만원이 넘으며 황제주로 불렸지만 지금은 몇 년째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착한 기업이 각광받으며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쉽지 않다. 착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SRI(사회책임투자) 펀드가 국내에 소개된 지는 10여 년이 넘었지만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한국거래소도 2009년 9월부터 사회책임투자 우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책임투자지수(SRI 지수)를 발표했지만 활용도가 저조하자 지난해 9월 산출을 중단했다.

최근 연차 휴가를 다 소진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화제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일정 변동이 없다는 등 정치적 관점에 대해서는 논하고 싶지 않다. 다만 당연한 권리를 당연하게 써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

기업도 그랬으면 좋겠다. 착한 기업이 화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착한 기업이 당연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무런 화제가 되지 않길 바란다. 이제는 진정 '착한 기업들의 주가상승률이 높다'는 공식이 당연하게 자리 잡아야 할 때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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