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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칼럼]입시 불안감, 입시 소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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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짜리 막내 때문에 골치가 아파. 여름방학 끝나면 곧 결정해야 하는데 갈피를 못잡겠네."

위로 둘, 이미 대입을 두 번이나 치룬 형님의 속이 시끄러운 듯 보였다. 평소 과묵하고 느긋한 분이시기에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일도 손에 꼽을 정도인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쌍한 존재', '교실 속의 마루타'라고 자조하는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의 고뇌를 피해가지 못했다.
형님네는 인구 8만명 규모의 지방 소도시에서 살고 있다. 조카는 전교권 성적까진 아니지만 착실히 학교 공부를 따라가고 스스로도 학업에 욕심을 내고 있다고 했다. 앞선 형제들이 그랬듯, 집에서 가까운 일반고를 보내려 했는데 근래 이 학교의 대입 성적이 영 신통치 않다. 가히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시대'인데 학교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세밀히 신경써주는 분위기도 아니고, 지역 특성상 입시학원이나 사교육 여건도 별로다. 현재의 입시제도라면 이 학교에선 내신 성적을 받는데 좀 더 유리할 수 있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기준을 맞춰야 하는 수시 전형에서 불리해진다.

학종이 확대되면서 지방 학생들의 대학진학 기회가 더 넓어졌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전국의 모든 4년제 대학을 통틀었을 때 얘기다. 여전히 전교에서 손꼽히는 학생들만 '인서울'이 가능하고, 학교에서도 이 학생들을 특별히 관리한다. 서울 강남에서 학종 컨설팅을 받고 소논문을 쓰는 것처럼 지방에서도 여유 있는 집 자제들은 서울보다 더 비싼 과외를 받고, 방학 때면 대치동 유학을 다녀온다. 상당 수 대학이 평가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고교의 1등급이 같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는 것쯤은 이젠 학부모들도 다 꿰뚫고 있다.

이사까지 고려해 가며 인근 중소도시의 자사고(자율형사립고)를 보내자니 이번엔 내신 성적이 떨어질까 걱정이다. 가뜩이나 새 정부 들어 수능 절대평가화가 기정사실인만큼 내신이 중요해질 것이 뻔한데 아이를 경쟁으로 내모는 것만 같아 썩 내키지 않는다. 매일 같이 입시정책이 이렇게 바뀐다, 저렇게 변한다 말만 많은 와중에 서울과 수도권의 사교육 시장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혹시 나만 모르고 있나" 조바심과 불안을 더한다.
수능의 공정성과 한계, 학종의 긍정적인 기능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따져봐야 하지만 결국 이렇게 입시에 안달복달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대학 서열화와 학벌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들 머리 속에 각인된 '그래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야 한다'는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정부가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와 같은 정책들을 내놓았지만 막상 그것 하나만 바라보며 아이의 진로를 지방 고교-지방대-지방 공기업으로 한정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교육당국은 수능 개편안에 대한 여론 수렴을 한다며 사흘이 멀다 하고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있다. 답답한 학부모들은 이미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그 다음 대책을 논하고 있다.



조인경 사회부 차장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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