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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알쏭달쏭한 정부부처 영문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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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아시아경제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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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기획재정부의 영문 이름이 뭔지 아시나요? 'Ministry of Strategy and Finance'입니다. 한국인들이 들으면 어떤 부처인지 단번에 이해가 가죠. 이름도 멋지죠. 국가의 경제 전략을 수립하는 대단한 부처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렇지만 정작 해외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일할 때마다 현지인들에게 부처의 영문명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뺍니다. 영어권 사람들이 기획재정부의 영문명을 들으면, '총리실을 대신하는 듯 한 기관인데, 금융업무도 한다고?'라고 되묻기 때문이죠."

뉴욕특파원 생활 중 만난 한 해외 파견 공무원이 토로한 내용이다. 업무 특성상 한국 정부 부처의 이름을 밝힐 기회가 많은데, 매끄럽지 않은 번역 때문에 힘든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얘기다. 기획재정부의 영문 이름에서 'Strategy'를 빼야 한다는 지적은 몇 년째 지속됐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재정과 경제정책을 다루는 부처라고 풀어 설명하면 그제야 이해한다.
행정안전부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 당시 '안전행정부'라는 이름을 가졌던 이 부처는 유독 영어로 설명할 일이 많았다.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건 때문이다. 현재 행정안전부로 불리는 이곳의 영문명은 'Ministry of the Interior and Safety'다. 그러나 해외 공무원들은 'Ministry of Interior'나 'Ministry of Internal Affairs'를 추천한다. 한국에서 '안전'이란 단어가 가지는 무게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해외에선 알기 쉽게 부처명을 짓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정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라는 이름으로 바뀔 예정이지만, 지난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 또한 해프닝이 많았다. '창조'라는 단어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 'Ministry of Science, ICT and Future Planning(과학ㆍ정보통신기술ㆍ미래기획부)'라는 이름을 밝히면 꼭 'Future Planning이 뭐냐'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창조의 개념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부처 뿐만이 아니다. 경제자유구역(Free Economic Zone)의 'Free'가 어느 정도를 뜻하는 개념인지, 한국투자공사(KICㆍKorea Investment Corporation)가 한국에 투자하는 기관인지, 한국의 자금을 해외에 투자하는(Korean) 기관인지 등도 논란이 되는 단어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영문명이 해외 특히 영어권 국가에서는 민감한 모양이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대부분 간결한 단어를 추구한다. 미국은 Department of 뒤에 법무부(Justice) 노동부(Labor) 국무부(State) 농무부(Agriculture) 상무부(Commerce) 국방부(Defense) 교육부(Education) 교통부(Transportation) 에너지부(Energy) 내무부(The Interior) 재무부(The Treasury)를 붙여 표기한다. 아시아권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의 정부 부처 명칭도 단어 하나로 구성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무원들은 매번 지적에도 불구하고 영어명칭이 정리가 되지 않는 이유를 수직적인 조직문화에서 찾는다. 담당 직원들이 여러 번 검토하고 감수해 영문명을 올리지만, 정작 장관 결재라인에서 "이 단어 하나만 더 넣으면 안 될까"라는 답이 돌아오면 바꾸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 "영어 전문가가 없어서가 아니라, 수직적 조직문화와 기관장이 이름을 짓도록 하는 절차 때문입니다." 몇 년째 되풀이된, 답도 있는 문제이지만 풀이과정은 나오지 않았다는 정부기관 영문명. 이번 정부에서는 해외 공무원들의 바람(?)이 해결될 수 있을까.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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