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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아동학대 사건, 계모·계부가 원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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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20대 부부가 세 살 난 아들 목에 애완견용 목줄을 채우고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인면수심의 사건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당 사건의 가해자인 부모 중 어머니는 계모인 것으로 드러나, ‘계모’ 또는 ‘계부’의 아동학대 위험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관점은, 친부모가 생때 같은 자기 자식을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가혹행위를 할 수 있냐는 생각과 맞물려 있다.
2016년 3월2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평택시립추모관에서 열린 신원영(7)군 49재 추모식에서 한 시민이 영정사진 속 원영이를 차마 보지 못한 채 눈물을 쏟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16년 3월2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평택시립추모관에서 열린 신원영(7)군 49재 추모식에서 한 시민이 영정사진 속 원영이를 차마 보지 못한 채 눈물을 쏟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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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모·계부’가 가담돼 벌어진 잔혹한 사건은 2015년 11월 발생한 ‘원영이 사건’이다. 이들 부부는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약 3개월간 원영군을 화장실에 가둬 폭행하고 청소용 락스를 머리에 붓는 등 학대해 숨지게했다.

당시 계모 김씨(39)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수용하지 않고 징역 27년, 친부 신모(39)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 부부는 아들의 시신을 열흘간 베란다에 방치하다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도 받았다.
2014년 6월12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검 정문 앞에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모임 '하늘소풍' 회원들이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울산 계모' 박모(41)씨에게 살인죄 적용과 사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14년 6월12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검 정문 앞에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모임 '하늘소풍' 회원들이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울산 계모' 박모(41)씨에게 살인죄 적용과 사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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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13년 10월24일 발생한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살인 사건’도 마찬가지다. 당시 계모 박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자신의 집에서 의붓딸 8살 이모양의 머리와 가슴 등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모양은 사망 당시 갈비뼈가 16개나 부러지면서 부러진 뼈 일부가 폐를 찔러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으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왔다.

계모 박씨는 2014년 10월 부산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살인죄로 징역 18년을 선고 받았으며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돼 복역중이다. 친부에게는 기본적 보호·양육 등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에 해당한다며 대법원은 징역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4년 8월 경북 칠곡에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 등)로 구속기소된 계모 임모(36)씨가 취재진을 피해 선고공판이 열리는 법정으로 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14년 8월 경북 칠곡에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 등)로 구속기소된 계모 임모(36)씨가 취재진을 피해 선고공판이 열리는 법정으로 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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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13년 8월 경북 칠곡에서는 계모가 의붓딸인 여덟 살 여아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계모 임씨는 두 의붓딸에게 청양고추를 먹이고, 세탁기에 넣어 돌렸다. 계단에서 밀어 넘어뜨리고, 뜨거운 물을 몸에 부어 화상을 입히는가 하면 벌을 세우고 굶기는 등 잔혹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아버지 김씨도 계모의 친딸은 두고, 친딸인 자매에게만 손찌검을 했다. 결국 여덟살 막내 딸은 계모의 폭행을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대법원은 상해치사 및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임모씨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수치로 본 아동학대 사망 사건 가해자

이처럼 잔혹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 ‘계모·계부’가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도 이들에게 비난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통계적으로 이들이 사건에 가담한 수치는 어느정도일까

지난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2014년 기준)’에 따르면 전체 학대 피해아동 1만27명의 가정유형으로는 친부모 가정이 44.5%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한부모가정이 32.9%(부자가정 18.8%·모자가정 14.1%)로 많았으며, 재혼가정은 7.5%에 그쳤다. 그 때문에 학대 가해자도 친부모인 경우가 77.2%(친부 45.2%·친모 32%)에 달하지만 계모와 계부는 각 2.4%, 1.9%에 그쳤다.

또 2010년 학대가정 중 재혼가정 비율 6.7%, 가해자 중 계모 및 계부 비율 각 1.9%과 1.3%이던 것이 4년만에 모두 0.6∼0.8%p 증가했다. 수치를 종합하면 아동학대를 하는 부모는 친부모가 가장 많았고 ‘계모·계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증가했다는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경북 칠곡에서 발생한 여자 어린이 사망 사건의 언니가 재판부에 보낸 탄원서. 자신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는 내용 등이 쓰여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경북 칠곡에서 발생한 여자 어린이 사망 사건의 언니가 재판부에 보낸 탄원서. 자신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는 내용 등이 쓰여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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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같은 아동학대는 평범한 가정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범죄라고 강조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마치 계모가 아이들을 더 학대할 거라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만든 ‘괴물’일 뿐”이라며 “이보다는 평범한 가정 속 부부간 갈등, 스트레스로 인한 우발적 학대가 고착화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거봐, 계모니까 저렇게…”는 무의식 속 편견

하지만 이럼에도 아동학대 사건에서 ‘계모·계부’가 사건의 절대 원인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뭘까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주 교수(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는 심리학 관점에서는 “무의식 속에 있는 어머니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괴물 같은 동화 속 계모 이미지를 만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나를 사랑하는 엄마, 내가 사랑하는 엄마는 나를 미워하고 내가 미워하는 엄마와 다른 사람이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라면서 “결국 좋은 엄마의 이미지와 나쁜 엄마의 이미지는 나뉘어지게 된다, 친어머니에게서 나쁜 엄마를 떠올리는 것은 괴롭다”고 정의했다.

따라서 “나쁜 엄마의 모습은 모두 무의식 중에 사악한 계모의 이미지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면서 “사실 이런 무의식적인 기전은 우리 마음 속의 두려운 환상일 뿐 실제와는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전래 동화 장화홍련전, 콩쥐팥쥐전, 심청전의 계모는 모두 악독했으며, 혈연 강조는 동양만의 이야기도 아니다”면서 “서양에서도 역시 신데렐라,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역시 사악한 계모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를 통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모는 아이들을 괴롭힌다는 믿음이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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